■ 서울 전셋값 2주 연속 하락…갭투자 '경고음'
서울 아파트의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 상승이 지지부진하자 최근 갭투자로 매수한 사람들은 고민이 깊어졌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아파트를 2년 전 갭투자로 매수한 A씨는 조만간 계약 기간 만기가 돌아오는데 같은 아파트 동일 면적의 전세 시세가 2년 전 대비 2000만원 가까이 빠진 바람에 추가 비용 투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당장 목돈 마련이 부담스러운 그는 아파트를 팔아 차익을 실현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지금 살고 있는 전셋집 계약이 어떻게 될지 몰라 망설이는 중이다. 자칫하면 갭투자로 매수한 집에 들어가서 살아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기준 직전 일주일간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0.02% 하락해 2014년 6월 이후 3년8개월 만에 상승세가 꺾였다. 193주 만이다. 차주 통계에서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02% 하락했다.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상승률 간 격차는 2016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2년간 통계를 살펴봐도 명백하게 드러난다. 이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1.01% 올랐지만 전세가격 상승률은 5.17%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집값 상승과 전셋값 부진이 겹치며 전세가율은 2년5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은 69.3%로 조사됐다. 2월 전세가율이 전월(70.1%) 대비 1%포인트 가까이 하락하며 70%의 벽이 깨진 것이다. 전세가율이 낮다는 건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의 비율이 낮다는 뜻으로 전세 시장에서 수요 대비 공급이 많다는 의미로까지 확대 해석이 가능하다. 전세가율은 2016년 6월 단기 고점 72%를 찍은 후 추세적으로 하향세에 접어들었다.
이로 인해 전세가율이 70~80%에 육박했던 2~3년 전만 해도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아야 1억원대 현금만 있어도 가능했던 갭투자는 이제 최소 3억원의 여유자금이 필요해졌다. 실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시 중구 신당동에 위치한 2000여 가구 규모 약수하이츠(전용 84㎡ 기준)는 2016년 4억8000만원까지 올랐던 전세가격이 최근 4억원으로 떨어졌다. 반면 매매가는 6억2000만원에서 7억2000만원으로 1억원 가까이 증가하며 매매가 대비 전세가를 뜻하는 전세가율이 대폭 낮아졌다. 2년 전 1억5000만원으로 가능했던 갭투자를 하려면 이제 최소 3억2000만원이 필요하다. 새 아파트인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역시 전용 59㎡의 매매가격은 6억1000만원에서 8억5000만원으로 뛰었지만 전셋값은 5억원대 초·중반에 묶여 있다.
관건은 전셋값 하락이 언제까지 이어지느냐다. 당장 전셋값이 상승 반전하기 어려운 형편인 만큼 갭투자 시대가 사실상 끝난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전세계약 연장 시 추가 비용 부담이 커짐에 따라 아예 집을 팔아야 하는 경우도 나올 수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올 들어 전셋값 상승률이 둔화되는 게 눈에 띈다"며 "강남권 재건축 속도 조절로 이주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이 커져 전세 수요 유발 요인이 사라졌고 서울 신규 입주량도 상당히 늘어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 전셋값 약세가 지속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일반적으로 전셋값은 매매시세에 후행하는 특성이 있는 데다 가파르게 오르던 서울 집값이 정부의 재건축 규제 이후 안정화에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지금의 전세 안정기가 얼마나 갈지
■ <용어설명>
▶갭투자 :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간 격차가 작을 때 그 차이(갭)만큼의 돈만 갖고 집을 매수한 후 직접 살지는 않고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다가 집값이 오르면 매도해 차익을 실현하는 투자법이다.
[정순우 기자 / 추동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