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의 부동산신탁사 ◆
금융권 내에서 부동산신탁 시장은 상대적으로 영세하다. 5일 부동산신탁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업종별 상위 5개사 평균 자기자본은 은행이 20조9316억원으로 규모가 가장 크다. 증권업계의 경우 상위 5개사 평균 자기자본이 4조7450억원이다. 반면 부동산신탁사는 은행권의 60분의 1 수준인 3242억원에 불과하다.
같은 부동산신탁 업계 내에서도 회사 규모는 극과 극이다. 부동산신탁 업계 하위 6개사의 평균 자기자본은 815억원으로 상위 5개사의 25% 정도다. 대형 금융사가 시장에 진출하면 자금력에서 밀리는 소규모 업체들이 시장에서 밀려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에는 부동산 시장 위축이라는 악재까지 중소 신탁사를 압박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 수주는 전년 대비 2.7% 감소한 160조4000억원을 기록해 4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이 같은 수주 하락세가 이어지면 올해 국내 건설 수주는 지난해 대비 15% 이상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부동산신탁사는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 이후 지방 부동산 시장이 꺾이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 대부분 신탁사들의 포트폴리오는 대형 건설사가 주도하는 서울·수도권 사업장을 제외한 지방 부동산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미분양 물량이 쌓이면 신탁사들의 자금 회수가 어려워 이자비용에 대한 부담 때문에 유동성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일부 신탁사들이 사업 영역 확장을 위해 도전장을 내밀었던 '신탁 방식 재건축'도 각종 정부 규제로 동력을 잃고 있다.
중소 신탁사 부실이 현실화할 경우 해당 기업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신탁사 사업장 부도 시 분양을 받은 사람은 사업 청산으로 인한 금전적 손실은 물론 청약받은 상가나 아파트에 입주를 못하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과거에도 신탁사 부실에 따른 피해 사례가 빈번했다. IMF 외환위기 당시 분양 시장 침체와 과다한 차입금 부담으로 부도난 한국부동산신탁은 총 1조700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