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안전진단 입찰을 포기한 서울시 송파구 아시아선수촌아파트 전경. [매경DB] |
급작스러운 정책 변경에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시행, 그사이 세부사항 변경 등 일부가 번복되기까지 하면서 나온 부작용이다.
6일 '조달청 나라장터' 용역공고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 강남구 도곡동 개포우성5차 등이 안전진단을 위한 용역사 입찰을 취소했다. 이들은 불과 며칠 차이로 새로운 안전진단 기준을 적용받게 된 곳이다.
기존에는 D등급만 받아도 재건축을 하는 데 크게 무리가 없었지만 새로운 강화 기준을 적용받으면 여러모로 재건축이 늘어져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같은 이유로 강동구 성내동 현대아파트, 강동구 명일동 고덕주공9단지, 노원구 공릉동 태릉우성 등이 국토교통부의 안전진단 요건 강화가 시행된 5일 저녁 용역 선정 취소 공고를 내며 안전진단을 받는 것을 포기했다. 사실상 재건축 '올스톱'이다.
섣불리 안전진단을 받았다가 제대로 된 등급이 나오지 않을 경우 주민이 모은 용역비만 날리고 재건축 첫걸음부터 꼬일 수 있어 내린 판단으로 보인다. 실제로 총 1356가구가 거주하고 있는 아시아선수촌 아파트는 용역비를 위해 예치한 금액이 1억9784만원에 달한다.
한 아시아선수촌 주민은 "재건축을 하려면 용역비를 내야 한다고 해서 적지 않은 돈을 냈는데 당황스럽다"면서 "괜히 돈을 쓰기보다는 재건축을 천천히 하자는 쪽으로 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안전진단 기준 강화 직격탄을 맞은 목동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목동은 신시가지아파트 1~14단지가 재건축 안전진단 요건 강화 발표 이후 일제히 안전진단 신청을 구청에 접수시켰다. 날짜를 맞추지 못해 새로운 규제를 적용받는 것은 확정됐지만 국토부가 4일 '주민 의견을 반영'해 주차대수와 소방차 진입 곤란 등 주거환경 부문 배점을 높이기로 한 것이 변수가 될 수 있다. 목동 단지 상당수가 주차 환경이 나쁘고 소방차가 진입하기 어려울 정도로 길이 좁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7일과 8일 이틀에 걸쳐 양천구청이 실시하는 도면 검토 등 현장조사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재건축을 이끌고 있는 양천발전시민연대 관계자는 "타 지역 여러 단지가 안전진단 용역 신청을 중단했지만 목동은 일단 예정된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면서 "다만 새로운 안전진단 기준에 의해 목동이 안전진단 E등급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여전히 논란이 많다"고 전했다. 일부 주민이 무리하게 안전진단을 강행하기보다는 숨고르기를 하며 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고 주장했지만 가장 앞서 칼을 빼든 만큼 어떻게든 결론을 내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역시 비용이다. 단지별로 다르지만 양천구 내 아파트는 단지당 2억원 이상 용역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주민들이 안전진단 진행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막상 비용 충당 문제가 본격화하면 내부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크다.
이처
[박인혜 기자 / 추동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