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통일 관련 펀드는 총 4개에 불과하다. 2015년 한때 10개를 훌쩍 넘었던 통일 펀드는 남북 관계가 악화되며 시장 관심에서 밀려나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미운 오리 새끼'로 전락했다. 펀드 상당수가 운용 자산 50억원 미만 '자투리 펀드'로 분류돼 청산되는 과정을 겪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막연한 통일 기대감으로 펀드에 가입했던 투자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며 "통일을 전면에 내걸고 마케팅할 수단도 뾰족히 없어 대응 방법을 마련하기조차 어려웠다"고 말했다.
남아 있는 통일 펀드 중 덩치가 가장 큰 신영마라톤통일코리아펀드 역시 3년간 설정액이 200억원 넘게 빠져나갔다. 현재 설정액은 280억원 선이다. 하이코리아통일르네상스펀드는 운용 자산이 18억원에 불과해 '자투리 펀드' 신세로 전락했다.
하지만 남북 관계가 해빙 무드로 접어든 이후에는 상황이 반전됐다는 움직임이 관측된다. 최근 일주일간 통일펀드 4종에 5000만원 안팎이 순유입되며 '펀드런' 사태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펀드 수익률 역시 나름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하이코리아통일르네상스펀드와 신영마라톤통일코리아플러스펀드가 나란히 1년 수익률 최고 19%를 기록하고 있다. 통일이 되면 수혜를 볼 수 있는 우량주를 펀드에 대거 편입한 게 효과를 봤다. 신영마라톤통일펀드는 삼성전자 현대차 SK 영풍 포스코 GS KB금융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다수를 바구니에 담았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는 "통일 기대감이 무르익으면 북한에서 한국산 스마트폰, 자동차 등 상품이 대거 팔릴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며 "통일이 되기 전 남북 관계 개선으로 수혜를 볼 수 있는 산업에 투자하는 것을 골자로 투자 논리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신영마라톤통일코리아플러스펀드는 신영마라톤통일펀드에 비해 대형주 비중을 좀 더 높여 수익률이 지수와 괴리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나온 후속 펀드 개념이다. 신영마라톤통일코리아30펀드는 채권혼합형으로, 채권 비중을 높여 변동성을 크게 줄인 게 특징이다.
하이코리아통일르네상스펀드는 삼성전자 비츠로셀 GS리테일 한라홀딩스 휠라코리아 등에 두루 투자했다. 이 펀드는 설정 초기에는 개성공단 관련주를 비롯한 남북 경협주에 대한 비중이 높았다. 하지만 개성공단이 폐쇄된 이후 산업재와 소비재 위주로 펀드 운용 전략을 크게 변경했다.
향후 통일 펀드를 바라보는 잣대는 엇갈린다. 펀드 3종을 들고 있는 신영자산운용은 단기 성과에 흔들리지 않고 긴 호흡으로 운용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허 대표는 "만에 하나 통일 펀드 설정액이 지금보다 더 줄더라도 펀드를 청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통일 기대감을 가지고 수혜주를 찾는 투자자는 이 펀드에 가입해 나름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다만 하이자산운용의 하이코리아통일르네상스펀드 미래는 다소 불투명하다.
하이자산운용 관계자는 "남북 관계가 장기간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서 통일 펀드 설정액이 50억원 미만으로 쪼그라들어 운용에 어려움이 있다"며 "추세가 반전되지 않으면 연말 소규모 펀드 정리 과정에서 자칫 펀드를
오는 4월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대화 등이 성사되면 비슷한 신규 펀드가 새로 나올지도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당장 시장 출시를 저울질하는 운용사는 없지만 남북 관계 개선 움직임이 지속된다면 비슷한 성격의 상품이 나올 가능성은 열려 있다.
[홍장원 기자 /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