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13일 전일 대비 3.86% 오른 258만3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지난 6일부터 상승 흐름을 타기 시작해 6거래일 만에 14.3% 올랐다. 한국 증시 시가총액의 16%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회복세는 '단비' 같은 소식이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SK하이닉스도 'IT 대장주' 동반 랠리를 펼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6.01% 오르며 9만원을 기록해 종가 기준으로 최고가를 경신했다.
앞서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11월 1일 286만100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찍었으나 지난달 9일 223만5000원까지 추락했다. 불과 석 달 만에 고점 대비 21.9%나 급락했던 셈이다. 메모리 반도체 공급 증가에 따른 반도체 가격 하락 우려가 컸고, 외국인들이 집중적으로 차익 실현에 나서며 수급도 뒷받침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지수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나란히 급상승하면서 반도체주에 대한 외국인들의 투자심리가 대폭 개선된 점이 주가 회복에 1차적 요인이 됐다. 특히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올 들어 지난 12일(현지시간)까지 15.4%나 오르면서 사상 최고치 행진을 하고 있다.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은 12일에만 8.8% 급등하는 등 7거래일째 상승하고 있다.
지난 두 달간 삼성전자를 내다 팔았던 외국인들도 이달 들어 매수세로 돌아섰다. 코스콤에 따르면 외국인은 3월 들어 13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를 670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지난 1월과 2월 삼성전자를 각각 1조5785억원, 1조558억원씩 순매도했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흐름이다. 13일에는 전기전자 업종에 6400억원 넘게 쏟아부으며 삼성전자(3828억원)와 SK하이닉스(2219억원)를 쓸어담았다. 하루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사상 최대치, SK하이닉스는 2013년 10월 이후 최대 규모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 전망치가 종전보다 상향 조정되고 있는 점이 주가 상승의 2차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4% 이상 줄어들 전망이지만 나머지 '반도체 빅3'인 인텔과 대만 TSMC는 각각 9%, 7%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분석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를 종전 14조원에서 14조5000억원으로 올리며 목표주가로 330만원을 제시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이후 삼성전자는 글로벌 IT섹터 랠리에서 배제돼 있었다"며 "그러나 어닝 모멘텀은 올 1분기를 바닥으로 회복될 것이고 주가도 적정 수준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증권도 6개월 목표주가로 313만원을 제시하며 업종 최선호주로 꼽았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1분기 14조6000억원, 2분기 15조1000억원, 3분기 16조9000억원 등 꾸준히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1분기에 휴대폰 부문이 실적을 견인한 뒤 2분기에 휴대폰과 반도체, 3분기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문별로 '바통'을 넘겨가며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이와 함께 액면분할에 따른 거래정지 기간이 당초 3주에서 3일로 크게 줄어들면서 4월 내에 액면분할 이벤트가 마무리될 것이란 점도 인덱스펀드 투자자들에게 안도감을 주는 요인이 되고 있다.
IT주를 중심으로 외국인들이 사흘째 매수우위를 기록하면서 코스피도 2500선 회복을 코앞에 두고 있다. 지난 5일 2370선까지 밀렸던 코스피는 이날 전일 대비 10.37포인트(0.42%) 오른 2494.49로 장을 마쳤다.
외국인들이 대형주를 중심으로 러브콜을 보내는 배경엔 한반도 지정학적 위기 요인 감소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한국 외평채 5년물의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은 지난해 9월 말 76bp(1bp=0.01%포인트)까지 치솟았
[신헌철 기자 / 박윤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