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가 미래다 리빌딩 서울 ③ ◆
새로운 서울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삼성동 주변도 미국 뉴욕의 빌딩들이 공중권을 사고판 것처럼 '결합 개발'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조언이 잇따른다.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영동대로 지하도시 등 호재가 몰리는 삼성동 일대가 다른 지역의 남아도는 용적률을 사와서 고밀도 개발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의견이다.
서울 종로구 북촌이나 익선동은 상업지역에 속해 있지만 한옥밀집지역으로 지정되다 보니 허용된 용적률을 채우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결합 개발이 활성화되면 이들 지역에서 남아도는 용적률을 삼성동 인근에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결합 개발은 서울시에서 2007년 시범 도입됐으나 개발 실적이 한 건도 없을 정도로 유명무실하다. 고밀도 개발이 어려운 지역의 남아도는 용적률을 다른 지역 개발에 활용한다는 취지이지만 결합 개발에 필요한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 개발 사업이 비슷한 속도로 진행되는 두 지역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개발 속도가 다르면 빠른 지역의 진행을 잠시 멈출 수 있게 하는 '안전장치'라도 있어야 하는데 현재 그런 제도적 뒷받침이 전무하다. 결합 개발은 2010년대 초반 서울 성북구 장위동에 처음으로 적용될 뻔했으나 재개발지구가 해제되면서 무산된 바 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국내에서는 결합 개발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하다"며 "남아도는 용적률을 내다 팔고 싶어 하는 토지 소유주가 적고, 이들로부터 용적률을 사고자 하는 소유주도 별로 없어 결합 개발 사례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용적률을 사적 재산권으로 보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도 문제다. 미국에서는 공중권을 토지 소유권과 분리해서 별도로 거래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공중권이나 용적률이 규제의 결과로 파생되는 부산물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김상일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결합 개발이 활성화되려면 용적률을 재산권의 일부로 인정할 수 있는 법리가 충분히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용적률 규제를 이용해 다양한 정책 목표를 실현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결합 개발 도입에 적극적이지 않다. 현재 서울시는 용적률 제한을 일부 풀어주는 대가로 임대주택 등 공공기여를 받고 있다. 고밀도 개발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임대주택을 지어야 했던 재건축 조합이 다른 토지 소유자에게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잉여 용적률을 사는 것이 가능해지면 자치단체는 임대주택 확충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게 된다.
■ <용어 설명>
▷ 공중권 : 토지의 지면은 이용하지 않고 일정 범위의 공중만을 이용·지배·점유하는 권리를 뜻한다.
▷ 용적률 거래제 : 각종 규제로 법정한도의 용적률을 모두 활용하지 못하는
▷ 결합 개발 : 지형 특성상 고밀도 개발이 어려운 지역의 허용 용적률을 줄이는 대신 다른 지역을 고밀도로 개발하는 것을 뜻한다. 용적률을 내준 지역은 그 대가로 다른 지역의 재개발 이익 일부를 가져간다.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