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아문디자산운용은 오는 30일 상장하는 'HANARO 200 ETF' 연간 보수를 업계 최저인 0.036%로 결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종전 최저 기록은 지난해 11월 한화자산운용이 ARIRANG 200 ETF 연간 보수를 0.14%에서 연 0.04%로 내린 것이다.
당시 업계에서는 '저 수수료로는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다'며 보수 인하 경쟁이 종결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불과 4개월 만에 수수료를 더 내린 '가격 파괴' 상품이 나온 것이다. 특정 지수를 추종하는 ETF는 운용사가 실력을 발휘할 여지가 극히 적다. 수수료 차이만큼 누적수익률이 벌어지는 구조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30일 출시되는 HANARO 200 ETF로 ETF 시장에 처음 진입한다. 코스피 200 ETF를 시작으로 다양한 형태의 ETF 상품을 잇달아 내놓을 계획이다. '이슈 몰이'를 염두에 두고 첫 ETF 수수료를 과감히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농협금융지주 차원에서 이 같은 전략을 적극 독려했다는 후문이다.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 계열사를 두루 거느린 농협금융지주 차원에서 자산운용사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시도에 나선 것이다.
이 과정에서 NH농협은행 부행장 출신으로 올 초 NH아문디자산운용 대표에 오른 박규희 대표가 가교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NH아문디자산운용 관계자는 "코스피 200 ETF로 ETF 시장에서 입소문을 내기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며 "당장 ETF로 돈을 벌기보다는 'HANARO'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게 먼저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코스피 200 ETF를 둘러싼 수수료 경쟁은 오랜 기간 이어져왔다. 삼성자산운용은 2016년 2월 KODEX200 ETF 연간 총보수를 0.26%에서 0.15%로 내리며 경쟁 구도가 본격화됐다. 한 달 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TIGER200 ETF의 총보수를 0.09%에서 0.05%로 절반 가까이 깎았다. 당시 최저 기록이었다.
이후 KB자산운용이 지난해 2월 KBSTAR200 ETF 수수료를 연 0.045%로 낮춰 기록을 또 한번 경신했다. 9개월 이후 한화가 또 한번 최저수수료(0.04%)를 제시했다. 하지만 넉 달 만에 NH아문디자산운용이 기록을 또 경신하면서 '바닥을 향한 ETF 수수료 경쟁'은 계속되는 모양새다.
현재 키움KOSEF200 ETF(0.13%), 유리TREX200 ETF(0.325%), 교보악사파워K200 ETF(0.145%), 한국투자KINDEX200 ETF(0.09%) 등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다른 상품 수수료는 모두 NH아문디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NH아문디자산운용 관계자는 "수수료를 깎은 만큼 투자자 입장에서는 수익을 더 가져갈 수 있어, 수수료에 민감한 기관 자금이 한꺼번에 몰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코스피 200 ETF로 촉발된 수수료 인하 경쟁은 다른 상품으로도 번지는 분위기다. 삼성자산운용이 지난해 11월 내놓은 KODEX 200TR ETF 수수료를 KODEX200 ETF(0.15%) 대비 낮은 0.1%로 책정한 게 대표적이다. 이 ETF는 코스피 200 ETF와 구조가 거의 비슷한데 배당까지 챙겨갈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최근 내놓은 KRX300 ETF 수수료 역시 0.05%로 저렴하게 설정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KO
다만 일각에서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자금 여력이 있는 대형 운용사는 수수료를 깎아 시장 관심을 유도할 수 있지만 중소 운용사는 그럴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규모가 큰 몇 개의 대형 운용사가 판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과정에서 중소 운용사는 고사당할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홍장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