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의 장기적 가치 제고 차원에서 도입하려는 국민연금 SC에 대한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사진)의 진단이다.
신 교수는 29일 서울 종로구 관훈클럽신영연구기금에서 '왜곡된 스튜어드십 코드와 국민연금의 진로' 출간에 맞춰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SC는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 같은 기관투자가들이 기업 의사결정 과정에서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하기 위한 자율 지침을 말한다.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처럼, 기관투자가도 고객 돈을 제대로 운용하기 위한 지침이 있어야 한다는 뜻에서 생겨난 용어다. 이날 신 교수는 '글로벌 스탠더드' '기업의 장기적 가치 제고' 등 새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SC 도입의 근거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SC가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 신 교수는 "해외 선진국 어디에도 SC로 인해 기업의 주식 가치가 상승했다는 증거는 없다"며 "미국의 경우 지난 30년간 기관투자가들이 주주행동주의를 앞세워 기업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해온 결과 오히려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분배 구조를 악화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영국이 SC를 도입한 이유에 대해서도 "런던 금융시장이 정부 규제가 없는 자유로운 금융시장인 점을 계속 어필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 규제 대신 선택한 대안적 결과"라고 말했다. 이러한 SC가 국내에서는 '재벌 개혁'이라는 정치적 색채를 띠며 더욱 왜곡돼 추진되고 있다고 신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국민연금의 주인인 국민 뜻과는 관계없이 연기금을 활용해 기업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면서 재벌 개혁이라는 정책 어젠다를 달성하는 데 이용하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신 교수는 국민연금이 현재 제도하에서도 충분히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률을 낼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2000~2017년 세계 주요 연기금 중 국민연금이 캐나다(연평균 7.1%)에 이어 2위(연평균 6.1%)의 수익률 성과를 내고 있는 점을 들며 "SC 도입 없이도 그 목적을 충분히 달성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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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규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