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4월 2일(14:54)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올 하반기 상장을 앞둔 카카오게임즈가 코스닥 시장을 선택한 배경에 주목이 쏠린다.
지난 30일 카카오게임즈는 이사회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겠다고 최종 결정을 내렸다. 회사 측은 IT·기술 중심 업종의 시장 적합성 등 다각도 분석을 통해 코스닥 기업 공개(IPO)를 결정했다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당초 카카오게임즈가 상장 계획을 내놓을 당시에는 코스닥 상장을 고려했다. 그러나 코스피 상장설이 불거져 나온 건 올해 초부터였다. 넷마블게임즈가 코스피에 성공적으로 입성하면서 코스피 시장도 고려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지난 2월 초 열린 카카오게임즈 기자간담회에서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가 "기업가치 극대화 할 수 있고 다양한 투자자 그룹을 만날 수 있는 선택을 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코스피행을 저울질한다는 사실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코스피로 갈 경우 기관투자자나 해외 투자를 유치하는데 유리하고 회사채 발행이나 유상증자 등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는데 유리해 이를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게임즈의 코스피행 가능성이 부상하자 한국거래소 등은 비상사태에 빠졌다. 거래소 관계자는 "코스닥시장본부에서는 게임 업종이 코스닥 정체성에 맞는다는 점에서 상징성도 큰 데다가, 카카오게임즈 같은 대표 기업이 온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보고 있었다"면서 "코스피행설이 급부상하면서 카카오게임즈가 코스닥에 상장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리도록 접촉하고 설득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정부가 최근 코스닥 활성화를 위해 발벗고 나서는 상황에서 카카오게임즈가 당초 코스닥으로 예상됐던 것을 코스피로 돌리면 이런 활성화 정책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된다. 안 그래도 코스닥 대장주였던 셀트리온이 코스피로 이전상장하면서 '대장주'가 없었던 코스닥시장본부에서 설득 작업에 나섰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도 "코스닥시장본부에서 적극적인 유치 의지가 있었던 점도 코스닥행을 택한 하나의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단순히 정부 정책에 보조를 맞추고 거래소의 설득 등으로 코스닥을 선정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카카오 플랫폼을 활용해 다른 게임사들이 개발한 게임을 퍼블리싱(다른 회사에서 만든 게임을 유통하는 것)하는 것이 주된 비즈니스 모델이기 때문이다. 코스피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넷마블게임즈나 엔씨소프트 등처럼 퍼블리싱·개발 등을 전부 다루지는 않고 있어 사업 모델의 한계가 존재한다.
이런 이유에서 최근 카카오게임즈가 캐주얼 게임 전문 개발 자회사인 '프렌즈게임즈'와 인공지능(AI)이나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을 개발 및 적용하는 기술 자회사 '카카오VX' 등을 출범시켰다. 게임 퍼블리셔라는 한계에서 벗어나고 사업 모델을 다양화하기 위해서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게임즈가 블루홀이 발매한 FPS(1인칭슈팅게임) 배틀그라운드의 국내 퍼블리싱(유통)을 맡으면서 몸값이 뛰긴 했지만, 퍼블리싱 사업 모델로는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며 "게다가 지금까지 주로 국내 시장에서 게임을 유통해왔는데, 해외시장에서의 가능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코스피 입성은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미 상장된 게임 업종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이 코스피보다 코스닥에서 더 프리미엄을 받고 있어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유리
[조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