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권단, 고강도 자구안 압박
금융권에서는 "채권단이 요구한 구조조정 강도가 세기 때문에 노조원들이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기한 내 합의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4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STX조선 문제 역시 기업 구조조정 원칙대로 하겠다. 시간을 너무 끌지 않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차 사회적금융협의회' 회의가 끝난 후 STX조선 처리 방침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최근 금호타이어 처리에서 보여준 것처럼 '살릴 기업은 살리고 청산할 기업은 청산한다'는 구조조정의 대원칙을 훼손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채권단을 이끄는 KDB산업은행도 같은 입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9일까지 자구계획안을 못 받으면 법정관리를 신청할 계획"이라며 "다른 방법이 없다"고 못 박았다.
이처럼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STX조선해양 노사는 자구계획안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STX조선해양 노사는 지난 3일 오전·오후 두 차례 회동을 갖고 경영정상화 방안 실행을 위한 실무 협의를 이어갔지만 서로 다른 입장만 확인했다. 이어 4일에도 실무단끼리 만났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사측은 노조 측에 "법정관리를 피하려면 정부와 채권단이 요구한 수준의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반면 노조는 "전체 조합원의 고용을 보장한다면 노사확약서에 동의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노조는 "인원 감축 없이 인건비를 줄이는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말했지만 현실적 대안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측이 마련한 자구안은 대규모 임금 삭감을 포함해 생산직 직원 695명 중 520여 명(75%)을 줄여 170여 명으로 축소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미 희망퇴직에 응한 생산직 근로자(83명)가 있지만 여전히 400여 명의 근로자를 추가로 줄여야 한다. 남은 인력에 대해서도 임금 삭감이 불가피하다.
노조는 "사측이 제시한 자구안은 노조가 고통분담을 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며 반발하고 있다. 자구안 내용대로라면 노조 지도부는 노조원들에게 사실상 "회사를 나가겠다"는 동의를 받아야 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노조 일각에서는 법정관리도 불사하겠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노조가 원하는 건 구조조정 없는 노사 자율교섭이다. 급여 등에는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회사 측은 퇴직 인원들에 대해서는 아웃소싱으로 일자리를 보장하겠다고 제안했다. STX조선 관계자는 "구조조정 원칙대로 해결한다는 정부 원칙이 확실하기 때문에 인건비 감축을 위해 추가적인 권고사직은 불가피하다"면서 "시간이 얼마 안 남았기 때문에 실무협의를 통해 노조를 설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노사 간 극적 합의 가능성도 남아 있다. 회사와 노조 모두 "주말까지 계속해서 협상을 시도하겠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도 금호타이어 사태를 지켜보면서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입장이 단순한 엄포가 아님을 잘 알고 있다"며 "큰 고통이 따르지만 채권단 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더 많은 노동자가 회사에 남을 수 있는 길이라는 사실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STX조선은 2016년 5월에도 법정관리를 받은 바 있다. 지난해 7월 법정관리를 조기 졸업했지만 채권단은 "법정관리 졸업은 시기상조"라며 회생법
[김동은 기자 / 황순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