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에 이어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계 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표적이 되는 등 글로벌 투기자본의 한국 기업 사냥이 반복되고 있지만, 국내 기업은 이에 맞설 뚜렷한 방법이 없는 처지다.
4일 투자금융업계, 법조계, 재계 등 관련 업계는 적대적 인수·합병(M&A) 등 투기자본의 공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방어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형 로펌의 파트너변호사 A씨는 "SK 소버린 사태나 삼성의 지난 엘리엇 문제 때도 국내 기업의 안정적인 경영권을 위해 경영권 방어 정책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서 "투자 환경 문제도 있지만 투기자본의 공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선진국처럼 최소한의 방어책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실상 현재로서는 5% 이상 주식대량보유신고를 본 뒤 자사주를 늘려 지배력을 스스로 강화하는 방법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선진국과 같이 그룹 경영권 방어를 위해 '포이즌필(Poison Pill)'이나 차등의결권, 황금주 등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포이즌필은 적대적 M&A나 경영권 침해 시도가 발생하는 경우에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수 있도록 미리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다.
적대적 M&A 시도자가 지분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해 경영권을 방어하는 방식이다. 미국, 일본, 프랑스 등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10년 도입을 시도했지
주식에 따라 의결권에 차등을 두는 차등의결권도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은 대부분 도입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상법상 1주 1의결권 원칙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진영태 기자 / 조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