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더 M ◆
5일 투자은행(IB) 업계와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세조사1부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엘리엇을 수사하고 있다. 사건 배당 시점은 2016년 3월로 2년이 넘은 이날까지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법리 검토가 필요한 부분과 확인해야 할 사항이 많다"며 "수사팀에서 열심히 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전했다.
사건은 3년 전 엘리엇이 삼성물산 지분을 빌미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을 반대하던 시점인 2015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해 5월 말 제일모직이 삼성물산 주식을 매입해 인수·합병하는 방안을 발표하자 주주였던 엘리엇은 합병 반대 의사를 밝혔다. 엘리엇은 6월 2일 공시를 통해 삼성물산 지분 4.95%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고, 이틀 만인 4일에는 7.12%로 지분이 늘었다고 알렸다.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은 삼성물산 같은 대형사 지분을 장내에서 2.17%(약 340만주·3일 기준 6188억원)나 갑자기 매집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조사에 나섰다. 금융당국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엘리엇은 메릴린치 등 외국계 증권사를 통해 파생금융상품인 총수익스왑(TRS) 거래로 삼성물산 지분을 사전에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TRS는 당사자가 주식을 직접 매입하지 않고 증권사가 대신 주식을 사되 가격이 오르거나 내렸을 때 이익과 손실만 책임지는 상품이다. 금융당국은 엘리엇이 TRS 거래로 사전 확보 물량을 하루이틀 동안 직접 매입하는 형태로 양도받았다는 시각이다. 이에 따라 이듬해 2월 증선위는 엘리엇을 검찰에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엘리엇이 TRS 거래로 포장해 사전에 지분을 확보했으면서도 대량 보유 공시(5%)를 의도적으로 회피해 고의성이 짙다고 판단했다"며 "일반적인 공시 위반은 고의성이 작아 과징금 수준에 머물지만 엘리엇은 형사 처벌이 필요할 정도로 죄가 무겁다고 판단해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증선위 의사록에 따르면 엘리엇 측은 증선위에 참석해 "관련 계약은 '소유에 준하는 보유'에 해당하지 않아 대량 보유 공시 의무가 없다고 봤다"며 "TRS 계약과 주식 거래는 별개의 법적·경제적 동기로 공시의무를 면탈할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증권업계에서는 국내법 위반 소지 문제와 함께 단기 차익을 주로 노리는 투기자본에 대한 처벌이 늦어지면서 다시 국내 기업을 공격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시 위반 사건은 이미 3년, 검찰 고발도 2년을 넘었지만 수사가 이례적으로 지연되고 있다"며 "검찰에 기소돼 형사처벌을 받았다면 삼성에 이어 현대차 사건처럼 행동주의 펀드라는 미명 아래 기업의 약점을 파고드는 일이 다시 반복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금융당국은 엘리엇의 현대차 지분이 적어 아직 큰 문제가 될 사안은 아니라는 시각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자본시장에서 주주제안은 흔한 것이며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12일 현대차 주주명부가 확정되고
최 위원장은 이어 "기업 지배구조 개편은 주주 간 또는 주주와 경영진 간 적법한 절차로 해결될 것"이라며 "정부는 그 과정에서 불공정 거래나 불필요한 시장 혼란이 일어나지 않을지에 대해 잘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진영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