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입자도 동대표·입주자회장 가능…공동주택법 개정안
동대표가 입후보자가 없어 선출되지 않았을 때 세입자들도 입후보가 가능토록 하고 집주인들이 동의하면 전체 단지를 대표하는 입주자 대표회장까지 가능해진다. 임대인들만 거주하는 소형 주택단지가 늘어가고 관리비를 주택 소유자와 동일하게 분담하면서도 아파트 관리에 참여하는 길은 막혀 있는 데 따른 조치다.
반면 세입자들은 도색·단지 관리 등의 비용 분담에 있어 소유자들과 입장이 달라 충돌이 잦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의 '공동주택관리법 일부개정안'을 여당 의원 14명을 대표해 발의했다고 12일 밝혔다. 법안 발의에는 조정식·김두관·금태섭·윤후덕·황희 등 여당 핵심 의원들이 다수 참여했고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협의를 거쳤다. 빠른 법안 처리를 위해 의원입법 형태지만 정부와 교감이 있는 법 추진이라는 말이다.
개정 법안의 핵심 내용은 동대표 자격을 현재와 같이 집주인에게 우선적으로 부여하되, 동대표가 선출되지 않은 단지에서는 전세·월세 세입자 등 사용자도 동대표 후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전체 단지를 대표하는 입주자회의 대표회장도 집주인 자격의 동대표 중에서 회장 후보가 없으면 선출 전에 전체 입주자 과반의 서면 동의를 얻으면 세입자인 동대표도 회장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안 의원실 측은 "입주자대표회의가 맡는 아파트 부대시설과 관리비 운영 등은 집주인뿐만 아니라 실사용자인 세입자들도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는 사안"이라며 "사회 분위기상 동대표 업무에 대한 입주민들 무관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집주인과 세입자가 협력해 공동체를 투명하게 운영할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에도 동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세입자의 입후보는 불가했지만 투표권은 있었다. 이번 법 개정안은 이 같은 공동주택 내 세입자의 참정권을 보다 확대한 개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해 국토연구원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내 아파트 사용자 중 세입자 비율은 40%를 넘어섰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차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도시형생활주택 같은 소형 주택단지도 최근 단지화되면서 규모는 커졌으나 임차인들은 입주자대표회의 구성 자격이 없다 보니 적극적인 공동체 운영권리에서 배제되는 '사각지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소규모 공동주택은 거의 집주인이 주거하지 않아 실질적인 관리비를 세입자들이 대부분 내고 있다. 최근 입주한 대단지 오피스텔에서는 일부 동대표들이 입주자대표회의를 장악하고 공동시설물을 사유화하는 등 사건·사고가 발생하고 있지만 임차인들은 별다른 문제 제기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법규상 공동주택에는 자치 의결기구인 입주자대표회의를 의무적으로 구성해야 하고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인 동별 대표자는 공동주택의 입주자 중 소유자 또는 그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에 한해 입후보 자격이 주어진다.
이렇다 보니 세입자들을 중심으로 "관리비를 똑같이 내고 있으면서도 아파트 운영에 참여할 권리는 '사각지대'"라는 목소리가 거셌다. 최근 들어 아파트 관리비나 잡수입 유용을 일삼는 입주자대표회의 비리가 잇따라 적발되고 지역 간 관리비 격차가 천차만별인 데 따른 관리비 거품 논란이 일고 있는 데 대한 일종의 견제 장치 역할도 있다.
소유주는 관리비가 좀 늘어나더라도 집값이 오르는 데 도움이 된다면 감내할 수 있지만 임차인에게는 관리비 절감이 우선이다. 아파트 가치를 높이기 위한 투자를 제때 하지 못하면 추후 입주자들이 동대표들을 상대로 재산권이 침해됐다며 문제 제기를 할 수도 있다.
노병용 한국주택관리협회장(우리관리 대표)은 "입주자대표회의라 하더라도 아파트 소유자의 재산권 등 소유권을 침해하는 결정을
[이지용 기자 / 정순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