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시장이 부진한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6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0.10% 오른 2457.49에 머물렀다. 2500선 아래로 내려앉은 지 벌써 두 달 반이나 흘렀다. 올해 연 고점인 2598.19(1월 29일)보다 5.4% 낮은 수준이다. 코스닥지수 역시 연 고점보다 3.3% 하락한 상태이긴 하지만 회복세가 상대적으로 빠르다.
올 들어 미국 금리 인상 가속화 우려,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글로벌 증시는 동시다발적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코스닥시장이 '코스닥 벤처펀드' 등 정부 정책 효과를 회복 모멘텀으로 삼고 있는 반면 코스피는 이리저리 둘러봐도 뾰족한 호재가 없다는 분석이다. 박춘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주식시장이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반등을 시도하고 있지만 한국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며 "신흥시장 내에서 원자재 수출국이 우위를 차지하는 반면 제조품 수출국에는 거시 환경이 불리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달러 약세가 심해지면 수출 제조업체 비중이 큰 한국 증시의 매력도가 더 낮아질 위험성도 존재한다는 얘기다.
박 연구원은 이어 "6월에 중국 A주가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 지수에 편입되는데 국내 증시에는 유동성 측면에서 불리한 이슈"라며 "한국 비중 감소로 예상되는 국내 증시 외국인 자금유출 규모는 6000억~4조3000억원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이번주부터 본격 시작되는 1분기 어닝시즌도 코스피 상승을 위한 '기폭제'가 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다만 실적 시즌을 통해 업종별·종목별로 차별된 흐름이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영환 KB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예상치를 보면 2~3월에 하향 조정됐다가 이달 들어 다시 상향하고 있다"며 "그동안 코스피를 억눌렀던 실적 전망의 불확실성은 완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적을 추정할 수 있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225곳의 영업이익은 48조7000억원 수준으로 작년 동기보다 8.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지난달 말 전망치보다 소폭 상향 조정된 결과다. 올해도 상장사들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은 확실시되지만 상승세는 지난해만 못하다. 업종별로 보면 석유화학, 건설, 화장품 등에서 양호한 실적을 내는 기업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비금속 광물
수급 측면에선 역시 외국인 투자자들 동향이 큰 변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 한 달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000억원가량 순매도했다. 4월 들어서도 지난 11~13일 '반짝' 매수우위를 보이긴 했으나 여전히 경계감을 나타내고 있다.
[신헌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