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물 철거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서울 개포동 디에이치자이 개포(개포주공8단지) 사업장 벽면에 재건축을 반대하는 현수막들이 걸려 있다. [이충우 기자] |
전철연이 세입자들과 함께 강력한 이주 반대 투쟁에 나서자 사업장의 재건축 사업이 지연되면서 조합들은 수십억 원의 이자비용을 감내해야 할 상황이다.
19일 강남구 일대 재건축조합 및 공인중개업소들에 따르면 강남구 개포동에 위치한 개포주공4단지 재건축조합은 당초 올해 2월까지 이주를 마치고 아파트 철거에 돌입하려 했으나 아직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총 2700여 가구 대부분이 이주를 마쳤지만 아직까지 8가구의 세입자들이 퇴거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전철연과 함께 '이주비 지급과 입주 아파트 쟁취'를 요구하고 있다. 올해 1월 말까지 40여 가구 세입자들이 이주에 반대했지만 현재는 상가 1곳과 아파트 8가구만 남아 반대를 이어가고 있다.
전철연도 공식적으로 '개포 4·8단지 철거민 생존권 쟁취' 문제를 이슈화하며 집단행동을 벌이고 있다. 전철연은 홈페이지를 통해 "강남구청의 막개발 사업승인으로 이미 개포주공아파트의 7000명이 넘어가는 세입자들이 쫓겨났고 5000여 명의 재건축 지역주민이 억지 이주를 강요받고 있다"며 "개포 4·8재건축 단지 주민들은 오늘 무책임한 개발사업 승인을 남발한 강남구청에 투쟁을 선포하고 임대상가 쟁취, 임대주택 쟁취를 결의한다"고 주장했다.
전철연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무원 임대아파트였던 개포8단지 상가 세입자들과 함께 임대상가 쟁취 투쟁을 벌인 바 있다. 전철연의 지원을 받은 세입자들의 이주 거부로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일정 지체와 금융비용 증가 등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로또청약'으로 유명했던 디에이치자이 개포도 당초 예상보다 수개월 늦게 일반분양에 나섰는데 이 영향도 작용했다.
개포주공4단지 재건축조합 임원인 A씨는 "현재 아파트 세입자 중 8가구가 퇴거하지 않고 있는데 당장 철거하지 못하면 매달 12억원 정도의 금융비용이 발생한다"며 "당초 예정 기간보다 벌써 두 달이 흘렀고 명도 판결이 확정돼 송달까지 이뤄지려면 이주 완료 시점이 6월까지 미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전철연과 함께 활동하면서 퇴거에 불응했던 세입자 30여 명은 밀려 있는 월세를 탕감하고 이사비 수백만 원을 내주면서 합의했다"며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세입자들은 조합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데 수천만 원대가 아닌 그 이상의 이주비를 요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개포주공4단지 조합원 B씨는 "남아 있는 세입자들이 수억 원의 이주비를 요구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전철연이 강남 재건축 단지까지 손을 뻗으면서 1%도 되지 않는 세입자 때문에 9000억원 규모의 사업장이 멈춰 서면 그 손해는 누가 보전해주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철연의 재건축 아파트 투쟁은 점차 확산될 추세다. 이달 초 관리처분 인가를 받고 4~9월 중 이주를 실시하는 개포주공1단지에서도 전철연의 활동이 감지되고 있다. 개포1단지 재건축조합 임원 C씨는 "1단지 상가를 중심으로 전철연과 함께 이주 반대 투쟁을 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며 "명도 소송 등 법적 절차를 준비하면서 인근 재건축조합과 함께 어떻게 풀어갈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이주를 앞둔 재건축조합들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강남4구 재건축 아파트의 조합장인 D씨는 "우리 단지도 사업이 한 달 지연되면 이자비용이 13억원 발생하는데 전철연이 어디로 붙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정비업체와 로펌을 통해 사전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철연은 주민과 세입자들의 자발적인 요청이 있다면 재건축 아파트 단지의 투쟁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입장이다. 18일 매일경제와 통화한 전철연 관계자는 "최근 개포 등 강남 재건축 사업장에서 전철연의 동참 요구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재건축과 재개발은 법에서 나누는 기준일 뿐 살던 곳에서 부당하게 내쫓기는 분들과 함
그는 "재건축·재개발이 되면 기존 세입자들이 그곳에서 임대주택에 살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게 우리 주장"이라며 "세입자들이 조합과 개인적으로 합의하는 시스템이고 합의를 할지 (이주비 등) 얼마를 받는지는 전철연에서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전범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