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들어 지난 16~19일 기관투자가의 순매매 동향을 보면 투신권에서는 코스피 의약품 업종을 500억원가량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투신권 코스피 전체 순매도 금액이 1000억원임을 감안하면 절반이 의약품 업종에서 나타난 것이다.
사모펀드 업계에서도 바이오 업종에 대한 몸사리기가 확산되고 있다. 2016년부터 바이오·헬스케어 전문 사모펀드로 출발했던 씨스퀘어자산운용은 최근 바이오 업종 비중을 줄이기 시작했다. 이달 초 코스닥 벤처펀드를 출범하면서는 바이오 업종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대신 제조업의 CB·BW 물량을 채워넣었다. 코스닥 벤처펀드는 자산의 15%를 비상장 기업 주식이나 벤처기업의 CB·BW 등으로 채우도록 돼 있는데 최근 바이오 거품이 너무 심해지면서 채권 성격의 CB·BW의 경우 2~3년을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 커졌다는 것이다.
최종혁 씨스퀘어자산운용 대표는 "바이오·헬스케어 업종의 메자닌펀드를 그동안 많이 해왔던 게 사실이지만 최근 워낙 밸류에이션이 과해지면서 바이오 대신 알짜 제조업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펀드매니저들은 그러나 바이오 업종의 상승세가 당장 꺾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최근 코스닥 벤처펀드로 신규 자금이 계속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닥 벤처펀드에서 투자 가능한 업체는 총 576개로, 이 중에서 96개 업체가 제약·바이오 업종에 해당한다. 종목 수로는 전체 펀드의 17%, 시가총액 비중으로도 40%를 차지한다. 펀드가 순조롭게 판매되면서 1조원 이상 자금이 몰리고 있는데 바이오 업종을 빼면 살 수 있는 종목이 별로 없다는 얘기다.
한편 '바이오 거품론'이 담긴 보고서가 나온 뒤 하루 만에 국내 주식시장 제약·바이오주 시가총액이 7조원 이상 날아가 충격을 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코스피 의약품 업종의 시가총액은 99조5146억원으로 전일 대비 5조5571억원 감소했다. 코스피 의약품 업종 시가총액이 100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3월 28일 이후 20여 일 만이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제약업종 시가총액이 전일 대비 1조6485억원 줄어든 41조4707억원을 기록했다.
거품 논란에도 불구하고 개인투자자들은 이틀 동안 코스피 의약품 업종을 2916억원어치 순매수하는 등 제약바이오주에 대한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스피 의약품 업종과 코스닥 제약 업종을 각각 2474억원어치, 255억원어치 순매도하며 대형 제약바이오주들이 약세를 기록했다.
이튿날인 20일에도 제약바이오주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불안감을 더욱 키웠다. 셀트리온은 장 초반 25만7500원까지 떨어졌다가 오후 들어 소폭 반등하며 26만9000원에 장을 마쳤다. 거품 논란 보고서가 발간되기 전인 지난 18일과 비교하면 주가가 5.4% 떨어진 상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메디톡스는 이날도 소폭 하락해 주가가 이틀 동안 6.1%, 7.7% 하락했다. 코오롱티슈진과 바이로메드 또한 이틀 새 주가가 약세를 보였고 셀트리온제약만 나 홀로 2.3% 상승했다.
지난 19일 제약바이오주를 대량으로 쏟아냈던 외국인은 이날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헬스케어, 메디톡스 등을 팔아치웠다. 반면 바이로메드와 셀트리온제약, 에이치
다만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이후로 바이오주 고평가 논란을 지적하는 이가 나오지 않고 개인투자자들이 제약·바이오주를 대거 사들이고 있는 만큼 주가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 또한 남아 있다.
[한예경 기자 / 박윤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