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국, 금융사 리스크 해소 압박 ◆
금융당국 수장들이 최근 들어 금융그룹에 대한 압박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20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간부회의를 통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 필요성을 제기한 데 이어, 25일엔 유광열 금융감독원장 대행이 삼성, 미래에셋 등 7개 금융그룹 임원들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부실 계열사 지원과 상호출자 등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제화 전에 각 금융그룹들이 선제적으로 문제를 해소하라고 요구했다. 금융당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오는 7월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 적용과 국회의 보험업법 개정 논의를 앞두고 업계의 선제적 개혁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최흥식 전 금감원장과 김기식 전 금감원장이 최근 연이어 낙마해 금융개혁 동력과 금융당국 리더십이 흔들리자 당국이 다시 개혁의 고삐를 죄고 나섰다고 해석한다.
이날 통합감독 관련 주요 금융그룹 간담회에서도 당국은 삼성과 미래에셋 등을 지목해 구체적으로 개혁방향을 제시했다. 금융그룹 그룹 리스크의 주요 사례를 들어 향후 감독방향을 설명하는 취지였지만, 해당 업체들은 당국의 강한 압박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다. 금감원은 이날 금융 계열사를 동원한 계열사 지원의 금융 리스크를 언급하며 삼성을 예로 들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약 1조5000억원 규모 증자를 추진했는데 이때 삼성생명이 400억원을 출자했다. 금감원은 이 같은 계열 금융회사를 동원한 증자는 진정한 외부자금 조달로 보기 어려워 그룹 차원 자본 적정성 평가 시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해당 계열사의 경영 악화 시 금융회사로 부실이 전이돼 고객이 이탈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과도한 내부거래 의존도와 관련해서도 금감원은 삼성생명, 현대캐피탈, 롯데카드 등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들 사례를 언급했다. 예를 들어 롯데카드는 롯데마트 등 계열사에서 결제하는 비중이 매우 높고, 현대캐피탈은 모회사인 현대차 할부 물량 상당수를 점유하고 있다. 삼성생명, 미래에셋생명, 흥국생명 등은 변액보험 상당수를 계열 자산운용사에 위탁한다. 이렇게 금융회사가 매출, 이익 등을 계열사에 과다하게 의존하면 해당 계열사의 경영 악화 시 금융회사 수익 감소나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금감원 측 지적이다.
미래에셋도 삼성과 함께 지배구조 문제에서 집중 타깃이 됐다. 그룹 간 교차출자와 차입금을 활용한 자본확충 등 지적 사항이 삼성보다 많은 6건에 달했다. 그룹 간 자사주 교차출자가 대표 사례로 꼽혔다. 이는 우호적 관계인 A그룹과 B그룹이 자사주를 맞교환하는 방식을 말한다. A회사가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어도 자본으로 인정되지 않지만 이를 B회사에 넘기고 대신 B회사의 자사주를 받아 오면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네이버와 각자 보유한 자사주를 5000억원씩 매입해 자본 증가 효과를 얻었다. 하지만 이 같은 교차출자에는 보통 처분제한 등 주식 활용을 제한하는 특약이 들어간다. 정작 급한 일이 있을 때 자본으로 잡힌 주식을 마음대로 활용할 수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실제 쓸 수 없는 돈이 자본으로 잡히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이를 자본규제에 반영해야 한다는 게 금감원 측 입장이다. 차입 자금으로 자본확충을 하는 것도 그룹 리스크의 하나로 지적됐다. 모회사가 금융 계열사 자본을 확충해야 할 때 자기 돈이 아닌 후순위채권이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마련한 돈으로 금융 계열사에 출자하는 경우다. 미래에셋그룹 지주회사 격인 미래에셋캐피탈은 채권 발행 등으로 자본을 조달해 계열사 주식을 확보하고 있다. 이 경우 모회사가 과도한 차입으로 어려워지면 자회사에 무리한 배당을 요구할 우려가 있다. 또 차입금으로 출자하면 자본의 질이 떨어지고, 그룹 전체 레버리지가 커지는 문제가 있어 자본금을 산정할 때 이를 따져야 한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금감원은 이날 예시한 9개
[박만원 기자 / 노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