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에 비해 22.98포인트(0.92%) 오른 2515.38로 마감했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에 따라 글로벌 증시 조정이 시작된 지난 2월 5일 2500선 아래로 내려온 코스피는 2400선은 꾸준히 지켜왔으나 추가 상승을 위한 동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였다.
투자자별로 보면 외국인이 사흘째 순매수하며 상승세를 이끌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최근 일평균을 훌쩍 뛰어넘는 9조34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코스피 시가총액의 22%(우선주 포함)를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액면분할에 따른 거래정지 상태임에도 회전율이 그만큼 높았다는 뜻이다.
일시적으로 시총 1위 종목이 된 SK하이닉스는 미국에서 D램 가격 담합 의혹으로 집단소송 대상이 될 것이란 소식에 2.99% 하락했다. 반면 포스코가 6.13% 올라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제치고 시총 6위를 탈환했고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등 중국 관련주와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등이 강세를 보였다. 철도 관련주인 현대로템은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날 코스피 상승의 주력군은 단연 남북관계 개선 수혜주였다.
거래대금 상위권에는 현대건설(1위) 현대상선(2위) 현대엘리베이터(4위) 현대로템(5위) 좋은사람들(8위) 등 대북 관련주가 일제히 포진했다. 현대건설은 하루 거래대금이 7700억원에 달하면서 주가도 26%나 껑충 뛰었다.
이르면 다음달 미·북정상회담이 열리고 하반기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을 답방하는 등 정치 이벤트가 계속 이어지면서 남북 경제협력 업종이 증시를 주도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국내 증시를 견인했던 제약·바이오주가 부진한 주가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더한다.
테마별로는 개성공단과 대북 송전, 남북 철도, 천연가스, 금강산관광 등이 주목받고 있으며 업종별로는 건설과 철강, 에너지 등 사회간접자본(SOC) 관련주가 수혜주로 떠올랐다.
이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두 정상이 2007년 2차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경협 사업을 재추진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2007년 당시 남북공동선언을 살펴보면 △투자 장려 자원 개발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 △개성공단 개발 △백두산관광 등 4개 중점 사업으로 구분된다.
구체적으로는 개성~신의주 철도와 개성~평양 고속도로를 이용하기 위한 개·보수 문제 협의, 안변과 남포에 조선협력단지 건설, 백두산~서울 직항로 개설, 문산~봉동 철도 화물 수송 시작 등이 담겼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만일 한반도 긴장 완화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3분의 1 정도 해소된다면 코스피는 12%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건설, 철강금속, 전기가스, 섬유의복, 종이목재 등 남북 경협 관련 5대 업종이 주도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 5개 업종은 지난 1, 2차 남북정상회담 당시에도 직전 3개월 대비 주가상승률이 평균 20.2%에 달했다"고 덧붙였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철도와 건설 사업이다. 국토연구원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북한 지역의 주요 인프라스트럭처 개발자금은 총 68조1330억원으로 추정되는데 이 중 76%가 도로와 철도에 집중돼 있다. 남북 철도 관련주로는 현대로템 다원시스 에스트래픽 에코마이스터 푸른기술 등이 꼽힌다.
또한 국내 부동산 정체로 성장성이 둔해진 건설 업종에도 이번 남북정상회담 결과는 재평가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독일에서는 통일 후 12년간 대표 건설주의 매출액이 600% 이상 성장한 바 있는데 남북 경협 경험이 있는 현대건설을 비롯해 남광토건, 삼부토건 등이 수혜주로 떠올랐다. 이 밖에도 개성공단 2~3단계 개발과 노후화된 항만 투자, 금강산·백두산 관광사업 재개, 천연가스를 비롯한 자원 개발 등에 따른 경제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이 때문에 증권업계에서는 대북 수혜주 찾기 열풍이 불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결정된 최근 한 달 사이에 관련 종목들이 급등한 데다 일부 종목은 상반기 실적 부진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개성공단 관련주로 꼽히는 좋은사람들은 한 달 새 주가가 60% 이상 올랐고 남북 철도 관련주인 대아티아이와
[신헌철 기자 / 박윤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