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배당 성향은 시장 평균을 하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 정책을 발표하지 않은 대양전기공업과 S&TC를 제외하면 코스피에서는 케이씨(3.05%)가 배당 성향이 가장 낮았고, 광주신세계(4.18%)와 현대리바트(5.44%)가 뒤를 이었다. 코스닥에서는 원익IPS(8.65%) 휴온스(10.76%)가 시장을 하회하는 배당성향을 보였다. 지난해 코스피와 코스닥의 평균 배당성향이 각각 18.53%, 22.81%인 점을 감안하면 크게 낮은 수치다.
증권 업계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맞물려 연기금의 배당 압박이 더 강해질 것으로 전망돼 배당성향이 약한 기업을 미리 담는 '역발상 투자'에 주목하고 있다. 연기금이 저배당을 이유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기업이 향후 실제 배당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국민연금이 '짠물 배당'으로 남양유업과 현대그린푸드를 지목하자 이들 기업의 주가는 지난 2일 하루 만에 각각 2.36%, 5.52% 오르며 시장의 기대를 반영했다.
안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배당이 증가할수록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의 성격이 강해지기 때문에 주식의 밸류에이션이 높아진다"며 "그동안 상장 이후 처음 현금 배당에 나선 기업이나, 10년 이상 현금 배당을 중단했다가 재개한 종목 등 보수적인 배당 성향을 가졌던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대리바트는 최근 4년간 배당성향을 5% 안팎으로 유지하고 있다. 2014년 5%에서 2015년과 2016년에는 각각 4.67%, 4.06%로 낮아졌다가 지난해 5%대를 회복했다. 더구나 2011년과 2012년에는 배당성향이 20%를 웃돌아 배당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는 분석이다.
현대리바트는 배당 재원이 되는 이익잉여금이 매년 10% 이상 증가하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현대리바트의 이익잉여금(연결기준)은 2015년 2276억원에서 지난해 2594억원으로 14% 가까이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2947억원으로 3000억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원익IPS의 이익잉여금이 최근 들어 400% 이상 급증해 눈길을 끈다. 2016년 원익IPS의 이익잉여금은 232억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178억원으로 5배 이상 늘었다. 반도체 경기 활황과 함께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공정에 사용되는 100여 종의 소재를 확보했다는 점이 실적에 밑바탕이 됐다. 올해 영업이익 역시 지난해에 비해 26%가량 늘 것으로 예상돼 배당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에서 재무제표 승인 안건 등에 반대표를 던지지는 않았지만 배당성향이 낮은 종목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종목 가운데 배당성향이 낮은 기업으로는 SK디스커버리(1.28%) 사조산업(2.26%) 화승엔터프라이즈(2.56%) 대한항공(3.04%) 한진칼(3.37%) 등이 꼽힌다.
다만 재계에서는 지나친 경영 간섭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실제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서도 배당 관련 기업과의 대화와 의결권을 연계할 경우 기업의 자율성 침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공적 연기금이 의결권을 연결시켜 배당을 압박하는 것은 지나친 경영 간섭으로 비칠 수 있다"며 "배당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성장 재원으로 잉여금을 활용해 장기적인 주가 상승
이에 대해 국민연금 관계자는 "기업에 특정 수준의 배당 금액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상황에 맞는 합리적인 배당 정책을 수립해 달라는 것은 주주로서 기본적인 요구"라며 "기업의 배당 확대 정책에 공적 연기금으로서 더욱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