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 한국형 헤지펀드 업체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보여준 성과는 놀라웠다. 지난 4일 기준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출시한 코스닥 벤처펀드에 몰린 자금은 3000억원이 넘었다. 전체 코스닥 벤처펀드 중 15% 가까운 설정액을 한 업체가 독식한 것이다. 게다가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내건 최소가입금액은 무려 10억원이었다. 강남 PB(프라이빗뱅크) 센터에서 한가닥 한다는 고액자산가들이 잇달아 타임폴리오자산운용 펀드에 줄을 서서 몰려든 셈이다. 이주상 타임폴리오자산운용 상무는 "10년 넘는 시간 동안 신뢰를 쌓아온 것이 한몫한 것 같다"며 "앞으로도 적잖은 자금이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시작은 꼭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황성환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대표(사진)가 지인 자금을 유치해 펀드를 만든 게 시초다. 황 대표는 2008년 타임폴리오투자자문을 인수한 뒤 2016년 이를 자산운용사로 전환했다. 황 대표는 자산가와는 거리가 먼 흙수저 인생이었다. 군대에 있던 1997년 급작스레 세상을 떠난 선친의 장례를 치르니 남은 건 1600만원이 전부였다. '큰돈을 벌려면 주식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투자 인생에 모든 걸 걸었다. 서울대 주식동아리 스믹(SMIC) 출신으로 각종 주식 투자 대회에서 성과를 내자 그를 찾는 큰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지금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굴리는 운용자산(AUM)은 2조원에 육박한다. 헤지펀드 업계에서 단연 1위를 달리고 있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단기간에 급속히 덩치를 불릴 수 있었던 것은 '꾸준함'이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2003년 펀드를 설립한 이후 6개월 기준으로 한 번도 손실을 기록하지 않았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에 돈을 맡겨놓으면 무조건 손실을 보지 않는다는 믿음을 투자자에게 준 것이다.
이 같은 성과의 비결은 타임폴리오만의 분산투자 원칙이 시장에 제대로 들어맞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펀드 운용자산의 50~60%는 타임폴리오 장기인 '롱숏' 전략으로 운용한다. 자체개발 퀀트 엔진을 통해 고평가된 종목과 저평가된 종목을 걸러낸다. 저평가된 종목은 사고(롱) 고평가된 종목은 파는(숏) 전략을 결합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대체투자 비중은 20~40%, 성장주 투자 역시 10~20% 비중으로 가져간다. 인수·합병(M&A), 유상증자 등 이슈가 발생할 때 이를 노려 투자하는 '이벤트 드리븐' 전략 비중도 0~10%로 유지한다.
이같이 여러 전략을 혼합해 쓰자 장이 흔들릴 때 오히려 펀드 수익률이 급격히 올라가는 수혜를 볼 수 있었다. 투자자문사 전환 시기였던 2008년 5월부터 그해 11월까지 코스피는 금융위기 여파로 46.2%나 급락했다. 하지만 타임폴리오 펀드 수익률은 43.6%를 기록해 시장을 89.8%나 이겼다.
다만 지난해 보인 성과는 다소 아쉽다. 2016년 11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코스피가 18.7% 올랐지만 타임폴리오 성과는 5.9%에 그쳤다. 2017년 5월부터 11월까지 시장이 8.6% 오르는 동안 타임폴리오는 수익률 8.3%로 시장을 이기지 못했다. 지난해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가 급등하며 지수를 끌어올린 탓에, 롱숏운용에 능한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큰 재미를 보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차 전무는 "2003년 이후 반기 기준 30번의 평가 기간 중에 타임폴리오가 시장에 뒤진 것은 지난해를 포함 6차례에 불과하다"며 "장기 관점에서 펀드에 돈을 묻어놓으면 절대 잃지 않는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 전무는 "자본시장 벤처로 시작한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몸집이 많이 커져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회사 내부는 물론 투자자까지 상생상락 정신을 이어가겠다는 게 회사 목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국외 투자를 확대할 뜻도 내비치고 있다. 국외에 특화된
[홍장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