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지주사로 전환하면 4조원대 규모의 인수·합병(M&A)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금융사 M&A 시장에 커다란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을 지주사 전환 이후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21일 SK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지주 전환 후 이중 레버리지 비율을 130%로 가정하면 출자 한도는 25조원 내외로 추산된다"며 "추가 출자금액은 4조원대 후반대로 추정돼 의미 있는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3월 지주사 전환 실무 작업 자문사로 김앤장, 삼일회계법인 등을 선정해 준비 작업을 해왔으며 지주사 전환 목표 시한은 내년 초다.
올해 1분기 말 현재 우리은행의 연결기준 자기자본은 20조5400억원에 달한다. 우리은행이 우리금융지주(가칭)로 전환하면 해당 금액만큼 연결기준 자기자본이 계상된다. 이중 레버리지 비율이란 금융지주 자기자본 대비 자회사 출자 지분 가치 비율을 뜻한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의 자본 건전성을 위해 이중 레버리지 비율을 130% 이내로 할 것을 권고한다. 이를 바탕으로 단순 계산하면 새로 출범할 우리금융지주가 보유할 수 있는 자회사 출자금액은 자기자본 대비 130%인 26조7020억원 수준이다.
우리금융지주 핵심 계열사가 될 우리은행은 별도 기준 19조7962억원의 자기자본을 갖고 있다. 이 밖에 우리카드, 우리종합금융 등의 기존 보유 계열사 자기자본 등을 자회사 출자 가능 금액에서 뺄 경우 우리금융지주의 추가 M&A 여력은 4조원대 후반으로 산정된다.
우리금융지주의 첫 번째 타깃은 캐피털, 저축은행, 증권, 자산운용 등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은행은 이미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웰투시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아주캐피탈을 간접 보유하고 있다. 아주캐피탈은 아주저축은행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지주사로 전환한 뒤 아주캐피탈을 편입하면 캐피털과 저축은행을 단번에 인수하게 된다.
증권과 자산운용 역시 시급한 인수 대상이다. 신한금융, KB금융, 농협금융, 하나금융 등 기존 금융지주사는 증권사를 보유해 자기자본이익률을 끌어올리는 한편, 은행과 협업해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런 까닭에 우리은행은 기존 우리종합금융의 증권사 전환에 더해 증권사 M&A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국내 증권업계가 초대형 투자은행(IB) 등 대형화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객 자산 관리 역량 강화를 위한 자산운용사 역시 보유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시장은 분석한다. 다만 보험사 인수에는 신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의 금융지주 전환 소식에 이날 우리은행 주가는 전일 대비 3.62% 오른 1만57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다른 은행 계열 금융지주 대비 약점으로 지적된 비은행 부문을 강화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향후 수익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시장 기대감 때문이다.
한편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우리은행의 금융지
[한우람 기자 / 이승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