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덕분에 코스피는 삼성전자 등 대형주 약세에도 전 거래일보다 0.74% 오른 2478.96으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 지난 4일 이후 최고치다. 코스닥도 1.31% 상승한 879.69를 기록해 지난 4월 30일 이후 가장 높았다. 미·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크게 줄어들고, 북한판 마셜플랜에 참여할 국내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가능해질 것이란 기대감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그동안 한국 증시를 짓눌러온 거시 변수인 국제 유가와 미국 국채금리가 동시에 하락 반전한 것도 호재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물을 기준으로 배럴당 72달러를 상회했던 국제유가는 지난 주말 67달러대까지 떨어졌다. 중동 정세 불안 속에 투기 세력까지 가세해 유가를 급격히 끌어올렸으나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산유국들이 생산량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진정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6월 22일 정례회담에서 산유량 정책을 재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재 유가도 지난해 대비 40%나 상승한 수준이긴 하지만 점차 안정화돼 하반기엔 배럴당 50~60달러 선에서 안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달 초 3% 선을 넘어섰던 미국 10년물 만기 국채금리도 지난 25일(현지시간) 2.93%까지 낮아졌다. 김효진 SK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그동안 금리를 밀어올리는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최근 유가 하락은 반가운 일"이라며 "국채금리가 다시 2%대로 낮아진 것도 주식 시장에는 긍정적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셀 코리아'를 불러왔던 달러 강세도 주춤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난주 유가증권시장에서 5000억원 이상 순매수로 돌아섰다"며 "달러만 약세로 전환되면 외국인 매수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가가 약세로 돌아선 것 역시 달러 강세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지난 21일 달러당 1085.4원까지 떨어졌던 원화값은 28일까지 4거래일 연속 상승(원달러 환율 하락)해 1074.2원에 마감했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나흘 만에 매도 우위로 돌아서긴 했으나 코스닥시장에선 사흘째 순매수를 이어갔다.
경협주 급등에서 보듯 6·12 미·북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이 커진 점은 국내 증시에 긍정적 재료다. 다만 남북 경협주가 계속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오랫동안 약세였던 건설주 재평가 계기가 되고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단기 급등에 따른 가격 부담이 크다는 점에서 정상회담 이후엔 새로운 주도주 찾기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경우 실적 모멘텀을 회복 중인 정보기술(IT), 반도체 업종과 중국 수혜주인 화장품, 호텔 레저 업종 등이 다시 주목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홍춘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6월에는 국내 증시가 강세 흐름으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6월 12일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까지 불안 요인이 있지만 수출과 내수 모두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5월 1~20일 한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8% 늘었고, 4월 중국인 관광객이 60.9% 늘면서 '사드 보복' 충격도 크게 감소했다. 홍 연구원은 또 국내 증시 약세에 가장 큰 원인이 됐던 미국 금리정책에 대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은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6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 더 올릴 것은 확실시되지만 금리 인상 속도를 가늠할 점도표를 수정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는 얘기다. 다만 국제유가, 국채금리, 달러가치 등 거시 변수가 추세적으로 변한 것인지는 좀 더 확인이 필요하다는 반론이 있다. 또 이들 변수가 모두 우호적
[신헌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