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화재, 1조4000억 블록딜
30일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이날 이사회를 열어 삼성전자 주식 일부를 블록딜로 매각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각각 삼성전자 주식 2298만주(0.35%)와 402만주(0.07%)를 시간 외 매매로 팔았다. 총 2700만주이며 금액으로는 1조3851억원 규모다. 이번 블록딜은 정부의 거듭된 지분 매각 압박 속에서 성사됐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주요 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면서 삼성생명에 삼성전자 지분을 팔라고 종용해왔다. 이 같은 압박은 금융산업 구조 개선에 대한 법률(금산법)에 근거한다.
금산법에 따르면 대기업 계열 금융사들은 비금융 회사 지분을 10% 넘게 가질 수 없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27%(3월 말 기준)를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화재도 1.45%를 보유 중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지분을 합하면 9.72%지만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소각하면서 두 금융회사 지분율은 올해 10.45%까지 오르게 된다. 이 경우 금융위 승인이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0조원 규모 자사주를 2회에 걸쳐 분할 소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이 선제적 조치로 10% 초과분(0.45%포인트) 주식을 매각한 셈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이사회를 열어 삼성전자 주식 일부를 블록딜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해 왔다"고 밝혔다. 이번 블록딜에는 국내보다는 국외 기관투자가들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관련 종목 주가는 곧바로 엇갈렸다. 이번 블록딜 주간사는 골드만삭스가 맡았고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블록딜 참여자들은 할인율 2.4%를 적용받아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물량을 받았다. 이 같은 '오버행(물량 부담)'은 향후 주가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3.5% 하락해 4만9500원에 마쳐 5만원 선이 붕괴됐다. 이에 반해 블록딜을 통해 자금이 들어와 재무구조 개선이 예상되는 삼성생명 주가는 전날보다 0.9% 오르며 대조를 보였다. 이 같은 블록딜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의 자발적 매각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지 40여 일 만에 나온 것이다.
증권업계에선 10% 초과분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나온 만큼 '3% 룰'에 따른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정리도 조만간 시작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3% 룰은 최근 금융당국의 삼성그룹에 대한 요구를 한마디로 요약한 단어다. 당국의 주문은 보험업법 개정 전에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8.27%) 중 삼성생명 총자산의 3%를 넘는 부분을 팔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보험사는 계열사 지분을 취득원가로 평가했지만 향후 보험업법이 개정되면 시가평가 방식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은 주식의 현재가 기준으로 삼성전자 지분 매각 규모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작년 말 기준 삼성생명 총자산은 282조7138억원으로 3%는 8조4814억원이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가치가 26조2785억원(30일 기준)이므로 보유 지분 3%를 지킨다는 가정하에 이번 블록딜을 포함해 17조7971억원 규모의 지분을 추가로 매각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정부의 압박은 삼성그룹 지배구조를 바꾸겠다는 의지가 포함된 것이다. 삼성그룹은 '오너→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 등으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