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기업은 공장의 피해를 종합적으로 보장하는 보험에 가입하기 위해 여러 보험사에 문의했다. 하지만 보험사별로 보험료가 똑같고 기대했던 위험관리 컨설팅도 미흡해 마지못해 아무 보험에나 가입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는 기업들이 보험에 가입할때 보험료 선택의 폭이 넓어질 전망이다. 3일 금융위원회는 보험사가 자체적으로 개별위험 요소를 반영해 보험료를 산정하도록 유도하는 '손해보험 혁신·발전방안 2단계'를 발표했다.
기존에는 손해보험사들이 보험료율을 직접 산출하지 않고 재보험사나 보험개발원이 제공하는 보험료율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업활동을 보장하는 보험 중 약 80%가 재보험사가 제공하는 보험료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보험사는 달라도 보험료에 차이가 없어 기업 가입자의 선택권에 제약이 있었다.
금융위는 재보험사는 순수한 재보험료가 얼마인지만 알려주고 보험사가 가져가는 사업비는 보험사가 정해 경쟁이 이뤄지도록 보험업 감독규정을 개정하기로 했다. 또 보험사가 보험개발원이 제공한 보험료에 자체 보험인수 경험 등 개별 위험요소를 반영해 보험료를 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현재 명확한 할인·할증 기준이 없다보니 보험사들은 보험개발원이 제공한 보험료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손보사의 보험위험 평가 역량도 강화한다. 금융당국은 보험사 매출 관련 공시방법과 장기·저축성보험 판매에 유리한 영업규제를 개선해 보험사가 외형 경쟁보다 위험보장에 집중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손보사가 기업에 보험상품을 판매한 뒤 보험위험의 일정 비율 이상을 보유하도록 하는 의무보유비율도 설정하기로 했다. 보험사가 보험위험 대부분을 재보험사에 넘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금융위가 이 같은 조치를 내놓은 이유는 손해보험사들이 그간 위험보장이라는 본연의 기능 보다 단기 경영성과와 외형 성장에만 치중해 왔다는 판단 때문이다. 손보사들이 장기·저축성보험 위주 경영과 관행적 재보험 의존으로 기업의 위험평가·보험인수 역량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런 맥락에서 금융위는 손보사들의 역량을 높이기 위한 인프라 확충에도 나선다. 기업성 보험의 개별 물건별 위험 특성을 확인할 수 있는 위험평가 정보시스템과 대재해위험 평가모델도 구축하기로 했다. 또 전문인력 확충을 위해 시장 수요에 맞게 보험계리사
하주식 금융위원회 보험과장은 "보험인수 경쟁과 보험료 선택폭 확대 등 경쟁이 촉진되고, 이로 인한 보험료 인하 혜택이 결국 기업에 환원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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