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업계 일각에서 증시가 진정한 경제협력 수혜주를 잘못 찍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남북 화해 기조 수혜는 북한보다 중국 관련 업종이 볼 것이란 주장이다. 경로가 불확실한 대북 수혜주보다는 남북 관계가 풀리면서 덩달아 수혜를 볼 수 있는 대중 관계 복원 업종에 주목해야 된다는 시나리오다.
최광욱 J&J자산운용 대표는 4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진정한 경제협력 수혜주는 면세점 및 소비재와 콘텐츠, 전기차배터리와 관련 업종이 될 것"이라며 "아직 긴장이 완전히 풀리지 않아 불안했던 대중 관계가 안정되면서 이들 업종 주가는 날개를 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 대표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가 불거진 이후 기업들이 겪은 어려움이 아직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며 "남북 관계가 급물살을 타면서 동시에 중국과의 관계 개선 움직임도 활발해지는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산 전기차배터리가 1년6개월여 만에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은 게 대표적이다. 꽁꽁 묶여 있는 중국발 한국 관광 금지 규제도 점차 풀려 나가는 추세다.
최 대표는 "한국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5%를 넘는다"며 "남북 해빙 모드가 동북아시아 지역 긴장 완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중국발 경제 보복도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LG화학, 삼성SDI 등이 만드는 전기차배터리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녔음에도 중국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남북 해빙 모드를 계기로 이제와는 다른 국면을 맞았다는 게 최 대표의 주장이다.
게임, 영화, 화장품을 비롯한 콘텐츠·소비재 업종도 주목해야 할 대상이다. 한국산 드라마는 한류 열풍을 타고 중국과 동남아 전역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하지만 최근 2년간 중국에 들어간 한국 드라마가 전무했을 정도로 한국 콘텐츠는 중국의 거센 규제 벽을 넘지 못했다. 견고했던 규제 벽이 사라지면 한국산 드라마를 찾는 현지 수요가 일시에 몰리며 콘텐츠 기업 주가도 상승 랠리를 탈 수 있다.
최 대표는 "한국의 다수 콘텐츠·게임 업체가 막혀 있던 중국 시장이 열린다는 기대감에 상당히 고무됐다"며 "이 같은 상황은 한국 증시에 강력한 상승 동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건설·시멘트를 비롯한 대북 테마업종은 섣불리 주가에 미치는 유불리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 한국 기업들이 북한을 상대로 수익성 있는 사업을 펼칠 수 있을지가 의문스럽다는 얘기다.
최 대표는 "정부가 원조 성격으로 경제협력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면 민간 차원에서 기업가치를 올릴 만한 프로젝트를 따기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막대한 투자 이후 들어간 돈을 언제, 어떻게 회수할 수 있을지 모든 게 베일에 쌓여 있다. 미국·중국의 글로벌 대기업과 함께 시장 파이를 나눠야 한다는 점도 리스크다. 최 대표는 "단순히 테마에 휩쓸려 단기에 두세 배 오른 주가 수준도 부담스럽기는 매한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한국 증시 전반에 훈풍이 불 것이란 견해를 내비쳤다. 한국 증시는 글로벌 수준에서 여전히 싼값에 거래되고 있어 올해 들어 한국 주식을 팔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가 곧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풍부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개인투자자의 주식시장 자금 유입세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최 대표는 "한국 대표 업종인 반도체 역시 이익이 아직 정점을 찍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투자 매력이 여전히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18년간 강방천 회장이 이끄는 에셋플러스자산운용에서 국내 펀드 운용을 맡아왔다. 2년 전 이재현 대표가 이끄는 J&J자산운용에 합류해 공동대표 겸 최고운용책임자(CIO)를 맡고 있다. 현재 J&J자산운용은 국내 주요 연기금
[홍장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