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H&Q코리아는 11번가에 전환상환우선주(RCPS) 방식으로 5000억원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H&Q코리아는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등 국내 기관투자가로부터 신규 출자를 요청해둔 상태다.
IB 업계 관계자는 "조만간 열릴 국민연금 투자심의위원회에서 해당 투자안건이 통과될 경우 이달 내로 주식매매계약이 체결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H&Q가 투자한 RCPS는 향후 11번가가 기업공개(IPO) 되는 시점에 신주로 전환될 예정이다. H&Q는 신주를 시장에서 매각해 국민연금 등 출자자에게 이를 돌려줄 복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11번가는 2016년부터 지속적으로 투자 유치를 타진해 왔다. 투자 유치를 위해 경쟁 그룹인 롯데, 신세계 등과의 합작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 왔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나 국민연금이라는 가장 확실한 투자가가 나서며 11번가 투자 유치건은 급물살을 탄 형국이다.
11번가는 G마켓, 옥션, G9를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에 이어 오픈마켓 거래액으로 2위 업체다. 11번가는 2008년 서비스를 론칭했다. PC를 기반으로 세를 키워나간 이베이코리아에 비해 시작이 늦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쇼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트렌드를 미리 읽고 모바일 플랫폼과 마케팅에 꾸준히 투자해 왔다. 시장에서는 "11번가가 지나치게 경쟁적인 마케팅 전략을 펴 적자 폭이 크게 늘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모바일 쇼핑은 11번가'라는 인식을 심으면서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순방문자(UV) 수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모바일 쇼핑객이 가장 자주 찾은 오픈마켓이라는 뜻이다.
2012년까지만 해도 모바일을 통해 11번가에 접속한 사람은 6% 수준에 그쳤지만, 지난해 4분기에는 모바일 매출을 전체의 64.8%까지 끌어올렸다.
수천억 원대 외부 투자가 성사되면 11번가는 모바일 플랫폼을 더욱 강화해 거래액 기준 시장 1위 업체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 등 온라인쇼핑몰 업체가 난립하면서 최저가 마케팅과 쿠폰 발행 경쟁이 치열해져 대다수의 오픈마켓은 수익을 내기 어려운 형태였다. 시장 1위 업체인 이베이코리아만 지난해 62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11번가는 론칭 10년인 올해까지 아직 흑자를 내지 못했다.
기술을 앞세운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도 전폭적으로 투자할 것으로 점쳐진다. 11번가는 타 오픈마켓보다 인공지능(AI) 기반 기술에 앞서 있다.
가전과 디지털 제품을 로봇이 추천해주는 디지털 챗봇과 여러 개 검색어를 한꺼번에 입력해도 상품을 검색해주는 마트 챗봇을 이미 운영 중이다. 사진을 찍어 올리면 원하는 패션 상품을 보여주는 이미지
[한우람 기자 / 이유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