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가상화폐거래소'를 직접 감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자금세탁 관련 규제를 받지 않았던 대부업자와 전자금융업체도 규제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 8일 열린 '자금세탁방지 정책자문위원회'에서 "가상화폐거래소를 자금세탁·테러자금조달방지(AML·CFT) 체계의 직접적인 감독 대상에 포함할 계획"이라며 "국회와 협의해 관련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위원회는 미국을 중심으로 강화되고 있는 자금세탁·테러자금조달 제재 움직임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가상화폐거래소는 자금세탁 의심 거래 등을 스스로 모니터링해 FIU에 보고해야 할 의무를 지게 된다. 만일 가상화폐거래소가 이 같은 의무를 준수하지 않으면 해당 가상화폐거래소의 모니터링 체계를 FIU나 위탁받은 금융감독원이 직접 검사할 수 있게 된다.
FIU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 등이 가상통화 취급업소에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지난 3월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가상통화에 국제 기준을 적용하도록 결의한 데 대한 후속 조치"라고 설명했다.
국회에는 이미 관련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지난 3월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상화폐거래소의 의심 거래 신고의무를 골자로 한 '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정부 기관이 가상화폐거래소를 직접 감독하겠다고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권에서는 "대법원이 지난달 범죄수익으로 몰수한 비트코인에 대해 경제적 가치가 있는 재산이라고 판단하는 등 가상화폐가 점차 제도권으로 들어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FIU는 이 같은 결정이 가상화폐거래소와 가상화폐를 제도화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해외 규제 동향을 살펴 제도화를 검토할 예정"이라며 "이번 조치는 그와 별개로 자금세탁 등 불법행위에 대해 엄중히 대처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FIU는 자금세탁 방지 규제를 받지 않던 대부업자를 비롯해 전자지급결제대행업체(PG 업체), 결제대금예치업체(에스크로 업체) 등 전자금융 업종도 규제에 포함하는 방안도 검
또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직 종사자가 업무수행 중 자금세탁·테러자금 등 혐의를 포착할 경우에도 FIU에 신고하도록 의무를 부여할 예정이다. 다만 고객 비밀 누설 등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는 대상은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다.
[김동은 기자 / 오찬종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