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투자자들은 현금(달러)을 보유하는 게 아니라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주식(기술주)으로 이동하고 있어 전문가들 의견이 엇갈린다. 향후 시장의 위험은 미국 기술주 붕괴에서 나올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글로벌 자금시장 동향을 주간 단위로 파악하는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 데이터에 따르면 6월 첫째주(5월 31일~6월 6일) 신흥국 채권형펀드에서 18억7000만달러, 신흥국 주식형펀드에서는 5000만달러가 빠져나가면서 총 19억2000만달러가 순유출됐다. 특히 신흥국 채권형펀드의 자금 유출 규모는 전주 대비 5배 이상 큰 것으로 태국(-3억9000만달러), 한국(-2억3000만달러) 등지에서 대규모 자금 이탈이 나타났다.
신흥국 채권·주식형펀드에서 환매 장세가 나타난 것은 지난 4월 마지막 주부터 벌써 6주 연속이다. 지난주 이탈리아 정정 불안으로 금융시장이 직격탄을 맞은 유럽에서는 채권·주식형펀드를 합쳐 한 주간 100억달러 이상 대규모 환매가 나타났다. 유럽 주식형펀드만 놓고 보면 지난 3개월간 자금이 330억달러 이상 빠져나갔다.
특히 채권시장에서 자금 이탈은 선진국과 신흥국 할 것 없이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12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 인상을 앞두고 있고, 14일 유럽중앙은행(ECB)이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언급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지난 한 주간 글로벌 채권형펀드에서 55억달러가 순유출됐다. 같은 기간 글로벌 주식시장으로 9억달러가 순유입된 것에 비하면 6배 넘는 자금이 빠져나간 셈이다.
채권 중에서도 고위험군에 속하는 하이일드채권에서는 올 2분기 들어 150억달러 이상 환매가 나타났고 투자등급 채권에서도 이번주 들어서만 22억달러가 순유출됐다. 이는 미국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금리를 인상한 2016년 12월 이래 가장 큰 규모의 순유출이다.
이처럼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자금 환매가 전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유일하게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는 곳이 있다. 일본 주식형펀드와 미국 기술주펀드 시장이다. EPFR에 따르면 6월 첫째 주 한 주간 일본 주식형펀드로 38억달러가 순유입됐고, 미국 기술주펀드에는 23억달러가 유입됐다. 특히 미국 기술주펀드에는 26억달러가 몰렸던 지난 3월 둘째 주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많은 주간 단위 자금 유입이 일어났다. 연간으로는 이미 올 들어 173억달러가 유입돼 사상 최대 규모다. 당시 3월에도 미국이 금리 인상을 앞둔 시점에서 미국 기술주로 돈이 몰린 바 있다. 미국 기술주시장에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은 그만큼 수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가령 올 들어 브라질 주식시장은 저점과 고점을 비교해 보면 34%가 빠진 상태고, 유럽 은행주들도 29% 하락했다. 아르헨티나 페소화나 터키 리라화는 25% 떨어졌다. 반면 같은 돈을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 등 미국 기술주에 투자했더라면 수익률이 29%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결국 금리 인상으로 채권시장 리스크를 피하고 싶은 투자자들이 부채가 많은 신흥국이나 유럽 금융주 등을 피해 안전하고 실적 좋은 미국 기술주로 옮겨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국내외 증시 전문가 사이에서는 이를 두고 온도차가 있다. 미국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의 마이클 하트넷 최고투자전략가는 "현
반면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 하반기 신흥국보다는 선진국 투자가 안전해 보인다"며 "이 중 실적이 탄탄한 정보기술(IT) 종목과 통화 강세 부담에서 자유로운 유럽 주가지수 등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조언했다.
[한예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