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를 비롯해 시가총액이 큰 코스피 대장주 주가 움직임이 정체된 가운데 펀드에 높은 비중으로 깔려 있는 중소형주가 선전하며 지수를 뛰어넘는 수익률을 기록한 것이다.
12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출시한 TIGER 200동일가중 ETF는 3개월 기준 4.70% 수익을 내고 있다.
같은 기간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TIGER 200 ETF 수익률은 0.22%에 불과하다. 연초 이후 기준으로도 TIGER 200 ETF 수익률은 -1.76%로 부진했지만 TIGER 200동일가중 ETF는 3.11%나 수익을 냈다.
두 상품 모두 똑같이 코스피200 기업에 투자하는 ETF지만, 포트폴리오 선정 기준을 달리한 게 수익률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ETF는 통상 시총이 큰 기업을 더 많이 담는 성격을 가졌다. 코스피 시총 1위와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이 높아지는 구조다. 11일 현재 TIGER 200 ETF는 삼성전자 비중이 26.05%, SK하이닉스 비중이 5.5%를 차지하고 있다.
셀트리온(2.84%) 포스코(2.83%) KB금융(2.25%) 현대차(2.23%) 비중도 높다.
이 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고점 논란 등 이슈가 불거지며 주가 상승 속도에 브레이크가 걸린 상황이다.
최근 일본 노무라증권이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내리는 등 국내외 증권사 일각에서 삼성전자 주식을 바라보는 눈길이 예전 같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코스피 시총 3위를 차지하는 셀트리온 역시 분식회계 논란에 시달리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때문에 덩달아 주가에 발목을 잡힌 상황이다. 지배구조 개편에 제동이 걸린 현대차 주가 역시 신통치 않다. 한마디로 코스피 대형주 전반에 걸쳐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TIGER 200동일가중 ETF는 똑같이 코스피200 종목에 투자하지만 시총에 구애받지 않는 포트폴리오를 짠다. 200개 종목에 0.5%씩 비중을 실어 베팅하는 게 기본 구조다.
분기마다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데 최근에 주가가 많이 오른 종목이 있으면 단기에 개별 종목 비중은 0.5%보다 높아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이 ETF는 11일 기준 현대로템(1.15%) 현대엘리베이터(0.89%) 현대건설(0.84%) 쿠쿠홀딩스(0.78%) 남해화학(0.77%) 순으로 투자 비중이 높다. 최근 남북 화해 기조를 타고 현대로템을 비롯한 경제협력주 주가가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이다.
비슷한 효과는 ARIRANG 코스피100동일가중 ETF와 코스피100을 추종하는 ETF 성과 차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ARIRANG 코스피100동일가중 ETF는 3개월간 1.65% 수익을 내고 있다.
하지만 KOSEF 코스피100 ETF 같은 기간 수익률은 -0.46%에 그쳐 두 상품 간 격차는 2%포인트 넘게 벌어진다.
ARIRANG 코스피100동일가중 ETF는 코스피100 지수에 편입된
연 4회에 걸친 종목 변경 작업 시 주가가 많이 올라 비중이 커진 종목을 팔아 이익을 실현하고, 주가가 빠져 비중이 줄어든 종목을 더 사게 되는 구조다.
[홍장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