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유세 개편안 ◆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보유세 개편이 부동산 시장, 특히 서울 집값 잡기에는 별 효과를 내지 못할 것으로 진단한다.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을 시작으로 각종 규제가 쏟아진 데다 올해 4월부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까지 시행되면서 집을 팔 만한 사람은 이미 다 팔았다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정도로 그친다면 종합부동산세 증세 대상이 다주택자에 집중되기 때문에 시장이 급랭하는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며 "조정 대상 지역인 서울에 집을 보유한 다주택자는 집을 팔면 최대 62% 양도소득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그냥 보유세 부담을 안고 가거나 증여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강화가 없다면 시장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다주택자는 이미 '똘똘한 한 채'로 재산을 정리했고 1주택자에 대한 예외조항도 포함돼 있는 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수밖에 없다"며 "다만 중장기적으로 세율을 많이 올리면 충격이 올 수는 있다"고 분석했다. 현장에서도 보유세 개편에 따른 충격 움직임이 크게 감지되지 않고 있다. 서울 반포동 소재 R공인 대표는 "오래전부터 보유세 개편이 예상됐던 상황이라 이미 강남 소유주들은 알아서 자산을 정리했다"며 "보유세 개편안 초안이 나왔다고 해서 특별히 문의가 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과거 참여정부도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 보유세 강화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기대했던 수준의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 당시 정부는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2005년 8·31 부동산 대책을 통해 종부세 적용 대상을 9억원 이상에서 6억원 이상으로 확대했다. 또 "부동산 투기는 이제 끝났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이듬해 전국 집값은 11.58%(한국감정원 전국 주택가격 동향조사) 폭등했다. 2005년(3.78%)보다 3배가량 상승 폭이 확대됐다. 2007년·2008년에도 5.8%대 오름 폭을 유지했다. 당시 정부 규제를 의식해 일찌감치 집을 팔았던 사람들은 폭등하는 집값을 보며 분노했다. 이들은 최근 부동산 시장 상승을 뒷받침한 실수요층이기도 하다.
종부세 강화가 서울·수도권 주요 지역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수 있지만 지방은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다주택자가 집을 처분하면 상대적으로 양도세 부담이 작은 지방 집부터 처분할 가능성이 높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향후 금리 인상, 입주 증가 등 리스크가 몰려 있어 보유세 인상으로 매도를 고려하는 사람이 늘 것"이라며 "이미 불황을 겪고 있는 지방 부동산 시장은 더 침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단계적 인상을 결정했지만 상대적으로 규제에 취약한 지방이 강남보다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 시점에 보유세를 개편하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이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안전진단 강화 등으로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꺾였고 전국적으로 집값이 조정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또 보유세는 정부 차원에서 취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규제다. 손에 쥐고 있어야 "아직 취할 수 있는 조치가 더 남아 있다"는 신호로 시장을 압박할 수 있다. 만약 보유세 강화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오른다면 정부와 여당은 더 강한 규제를 내놓을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부작용을 낳게 된다. 참여정부 역시 종부세를 시행하고도 집값이 안 잡히자 2006년 종부세 부과 기준을 공시가격 9억원에서 6억원으로 낮추고 인별 합산에서 가구별 합산으로 바꿨다. 그러자 서울에 집을 한 채 보유한 중산층까지 종부세 과세 대상에 포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지금 정부는 조세형평성이 아닌 집값 잡기 목적으로 세금 카드를 쓰고 있는데 이는 조세저항을 야기할 수 있다"며 "시장이 안정되는 추세에서 보유세가 올라가면 세입자에게 부담이 전가되고 시장은 경착륙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정순우 기자 /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