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최고 실적을 경신 중인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이 보유한 스톡옵션을 곧바로 차익실현할 경우 108억원의 돈방석에 앉게 된다.
그러나 박상규 SK네트웍스 사장 등 일부 계열사 CEO는 현재 주가가 행사 가격보다 낮아 스톡옵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SK그룹이 책임 경영을 목적으로 CEO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한 만큼 이들의 권리 행사에 따라 주주들의 희비도 함께 엇갈리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이후 SK그룹 계열사 10곳의 CEO들이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톡옵션은 기업이 임직원에게 일정 수량의 자기회사 주식을 일정한 가격으로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일종의 성과 보상 시스템이다. 행사 기간 내에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팔아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다. SK그룹은 책임 경영 강화 차원에서 작년부터 주요 CEO에게 대규모 스톡옵션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CEO가 주가를 올리려면 결국 해당 회사의 실적을 끌어올려야 한다"며 "스톡옵션도 이 같은 성과주의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스톡옵션 행사 가격을 기준으로 현 주가 수준이 가장 높은 곳은 SK하이닉스다. 박성욱 부회장은 지난해 3월 29만8800주의 주식을 스톡옵션으로 받았다. 행사 가격은 4만8400~5만6460원이다. 이 가격은 해당 종목 이사회가 스톡옵션 부여 전일 종가나 직전 1~2개월 종가 평균으로 산정한다.
박 부회장의 스톡옵션 중 9만9600주는 내년 3월부터 행사가 가능하다. 21일 종가는 8만8500원으로 이 주식에 대한 행사 가격(4만8400원)보다 무려 82.9%나 올랐다. 현재 주가 수준으로 스톡옵션을 행사한다면 그 차익은 40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방식으로 나머지 물량까지 포함하면 박 부회장의 스톡옵션 차익은 107억9266만원에 달한다. 박 부회장은 2013년 이후 6년째 SK하이닉스를 이끌며 '장수 CEO' 반열에 올랐다. 2016년 수익성이 급감하며 반도체 위기설이 돌았지만 D램 반도체 등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지속적 투자로 사상 최고 실적을 이끌고 있다.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2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며 작년 대비 이익 증가율은 47%에 달한다. 주가가 크게 올랐지만 여전히 실적 대비 저평가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4.3배에 불과해 외국인들이 집중적으로 매수하고 있어 주가가 더 오를 가능성도 높다. 올 들어 지난 21일까지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1조9711억원에 달한다.
지주사를 맡고 있는 장동현 SK 사장도 주가 상승에 따른 스톡옵션 차익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 주가(25만7500원)와 행사 가격(22만6290~26만3950원) 차이를 고려하면 5만6557주에 대해 7억1373만원의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SK는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 주력 계열사에 대한 지분법 이익과 각종 투자 및 자체 사업을 통해 수익구조가 탄탄한 편이다.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6.4% 증가할 전망이다. 외국인도 올 들어 이 주식을 2496억원 규모로 순매수 중이다.
하지만 SK하이닉스, SK를 제외하면 SK그룹 계열사의 올해 주가 수익률은 부진한 편이다. 그룹 상장 계열사 17곳 중 14곳의 주가가 작년 말보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CEO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한 곳 중 SK네트웍스는 올 들어 주가가 31.6%나 떨어졌다.
이에 따라 이 회사 주가(21일 종가 4545원)는 박상규 사장이 부여받은 스톡옵션 행사 가격(5900~6890원)보다 낮게 형성돼 있다. 현재가에서 행사한다면 21억7000만원에 달하는 손해가 발생한다. 그러나 박 사장은 지난 3월 스톡옵션을 받아 2020년은 돼야 행사가 가능하다. 이 기간 주가가 오르면 스톡옵션 차익이 발생할 수 있다.
SK네트웍스는 현재 단기 실적보다는 사업 구조 개편 과정에 힘쓰고 있다. 에너지·패션 사업을 매각하고 렌탈 사업 위주로 구조를 바꾸고 있다.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지난 3월 스톡옵션을 받은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도 마찬가지다. 행사 가격(20만5760~24만원)이 21일 종가(20만4000원)보다 높아 현재 기준으로는 스톡옵션을 행사해봤자 손해다. 정유사 1위 업체지만 최근 화학사업 비중을 높이고 있어 주춤한 실적도 다시 반등할 여지가 높다는 의견이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