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4.59포인트(2.35%) 떨어진 2271.54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017년 5월 10일(2270.1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코스피가 주요 증권사들이 하방 지지선으로 지목한 2300선 밑으로 떨어지면서 일각에서는 이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PER와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준으로는 한국 증시가 저평가지만, PSR와 반도체 업종을 제외한 PER를 기준으로 보면 저평가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PSR와 PER는 분자가 시가총액인 것은 동일하지만, 분모에 PSR는 매출액, PER는 순이익을 넣어 산출된다. 하 연구원은 "최근 몇 년간 국내 상장사들의 영업이익 증가는 매출액 증가에서 온 것이 아니라, 비용 통제를 통해 영업이익률을 높임으로써 가능했던 것"이라며 "PSR와 PER가 괴리를 보일 때는 PSR가 보다 신뢰할 수 있는 지표로 역할을 한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2016년 2분기 이후 PER와 PSR가 괴리를 보였고, 최근 PER·PBR 기준으로 저평가인데도 지수가 하락하는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PSR를 참고했다는 것이다.
SK증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PSR 평균은 0.58배인데 최근 코스피의 PSR는 0.62배 수준이다. 하 연구원은 "PSR로 한국 증시를 평가하면 역사적 평균을 상회하며 최근 주가 급락으로 인해 PSR도 하락했지만 저평가 상태는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하 연구원은 PSR 평균치인 0.58배에 해당하는 코스피 수준은 2180이라고 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PSR는 매출 향상이 나타나지만 이익이 적자여서 PER가 음수로 변하면 차선책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며 "통상적으로 PER와 PBR 기준으로 저평가를 판단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재선 KTB투자증권 연구원도 "바이오·제약업종은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이 나는 회사가 많지 않기 때문에 기업 분석을 위해 PER 대신 PSR를 쓰는 경우가 있지만 시장 전체의 밸류에이션을 평가할 때 PSR를 쓰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했다.
하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을 제외한 PER도 아직 저평가 수준이 아니라고 봤다. 코스피 기업 순이익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에 이른다. 현재 코스피 PER는 8.7배인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뺀 코스피 PER는 10.7배로 올라간다. 하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PER 절댓값이 낮기 때문에 전체 증시의 PER가 왜곡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며 "이들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코스피 기업들은 저평가 상태라고 단정 짓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반면 글로벌 대비 PER가 낮은 수준이라 공감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PER는 7배 수준이다. SK하이닉스는 약 4배로 이보다 더 낮다. 반면 글로벌 반도체 업계 PER는 애플 16배, 인텔 12배, 퀄컴 18배, 엔비디아 43배 등으로 상당수 이보다 높다. 그나마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5배로 비슷하다.
하 연구원은 "PER·PBR로만 시장을 평가하면서 반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낙관하지 말고, PSR와 반도체 업종을 제외한 PER 등을 함께 고려하면 시장의 상승폭이 다소 제한적일 수 있다는
SK증권은 PSR·PER·PBR를 고려해 하반기 코스피 밴드를 2150~2770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KTB투자증권은 코스피 밴드를 PBR 1배 등을 고려해 2300~2750으로 전망했다.
[정슬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