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주식 금융위 보험과장은 "그동안 자동차 사고 발생 시 국민이 느끼는 과실비율과 실제 보험 적용 사례가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이번에 자문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개선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 과장은 이어 "가해자에게 100%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등 4개 사례는 사전에 검토가 돼 자문위가 구성되는 대로 논의·확정할 예정이며 100대0 기준(과실도표) 개수를 계속 늘릴 전망"이라며 "자문위 논의 결과에 따라 변동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내년 1분기 도입을 목표로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손해보험협회는 교통사고 유형을 250개로 구분해 유형별로 과실비율 인정기준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자동차 대 자동차 사고 57개 유형 중 100% 일방과실을 적용하는 경우는 9개에 불과하다. 개선안은 가해자 책임이 명확한 경우 100% 일방과실을 적용하는 범위를 넓히고 자전거 전용도로를 비롯해 새로 생긴 교통환경 변화에 맞춰 과실비율을 조정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우선 금융당국은 직진 차로에서 무리한 좌회전으로 사고가 나면 좌회전 차량에 100% 과실을 묻기로 했다. 직진 차로에서는 옆 차가 좌회전할 수 있다고 예측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한 조치다. 그동안 적용된 과실비율은 직진 차량 30%, 좌회전 차량 70%다.
또 같은 차선에서 주행하던 차가 앞 차를 추월하려다가 사고가 나도 100% 가해자 과실로 보기로 했다. 앞선 차량이 뒤따라오는 차량의 움직임을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진로 양보 의무 위반 등이 확인되면 선행 차량에도 일정한 과실을 인정하기로 했다. 아울러 진로 변경 중 자전거 전용도로로 들어가 자전거와 충돌하는 사고가 나면 100% 자동차 과실로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소형 및 1차로형 회전교차로에서 회전하는 차와 진입하는 차가 충돌할 경우에는 진입 차량 80%, 회전 차량 20% 과실비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현재는 우회전 차량과 직진 차량 충돌로 보고 우회전 차량 60%, 직진 차량 40% 과실비율을 적용하고 있다. 과실비율 인정기준을 정하는 방식도 바꾼다. 기존에는 학계 연구용역을 통해 과실비율 인정기준을 개정했으나 법리적 측면만 강조돼 수용성이 떨어지고 소비자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금융당국은 법조계, 학계, 언론계, 소비자단체 등 각계 전문가가 참여한 자문위를 올해 4분기에 만들고, 자문위 심의를 거쳐 과실비율 인정기준을 내년 1분기에 개정할 예정이다.
보험사 간 과실비율 분쟁을 조정하기 위한 구상금 분쟁 심의위원회의 분쟁조정 대상도 확대한다. 동일 보험사 가입자 간 사고와 분쟁금액이 50만원 미만인 소액 사고, 자차 담보 미가입 차량 등도 분쟁조정 대상에 넣을 예정이다.
자동차 운전자가 과실비율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상담할 수 있도록 손해보험협회 홈페이지 내 '과실비율 인터넷 상담소'도 신설하기로 했다.
하 과장은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과실비율 인정기준 개정을 통해 보험산업의 신뢰성을 제고하고 사고 원인자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해 법규 준수, 안전운전 유도 및 교통사고 예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차보험을 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쌍방과실이 많이 나오는 편이었는데 합리적인 조치인 것 같다"며 "100%로 지목된 사람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좀 더 조심히 운전하도록 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승윤 기자 / 노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