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미국 국고채 금리 상승에 탄력이 붙으며 하반기로 갈수록 국내 기업들의 외화 채권 발행이 힘들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여유 자금을 확보해 미래 사업 투자가 가능한 이들 '4인방'의 기업가치가 오르고 있지만 올해 들어 주가는 오히려 하락해 저평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주요 상장사 중에서 한국타이어(3억달러), 대한항공(3억달러), SK텔레콤(5억달러), SK이노베이션(5억달러)이 외화채 발행에 성공했다.
기업들이 외화채를 발행하는 이유는 국내보다 자금 조달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불안한 국제 정세로 채권 시장 변동성이 커지며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미국 경제 호황을 바탕으로 미국이 중국과 무역전쟁을 선포하면서 채권 금리의 기준이 되는 미국 채권 금리가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연초 2.2% 수준이던 5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지난달 2.9%를 돌파하는 등 큰 폭으로 올랐다. 기업들이 국외에서 채권을 발행하기 부담스러운 환경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공기업은 하반기 외화채 발행에 나섰다가 수요자가 없어 포기했을 정도로 하반기 환경이 나빠지고 있다"며 "금리 인상기에 앞서 외화채 발행에 성공한 곳들은 다른 기업보다 자금 여력과 재무건전성이 높아진 셈"이라고 말했다. 특히 외화채 목표를 초과 달성한 곳들은 향후 자금 여력이 높아졌다. SK이노베이션은 2013년 발행한 3억5000만달러 규모 외화채 만기가 도래하면서 이를 상환하기 위해 자금 조달에 나섰는데 예상보다 1억5000만달러 많은 5억달러 규모 자금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이 업체는 만기 도래 채권 상환 이외의 자금을 향후 설비투자와 기업 인수·합병(M&A)에 쓸 계획이다. 2조3427억원(3월 말 기준)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과 함께 미래 투자 여력이 충분한 상태다. 그러나 이 종목 주가는 올 들어 지난 11일까지 6.8% 하락했다.
올해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7.8배로 비교 대상인 발레로에너지(16.1배)나 엑손모빌(16.7배)에 비해 크게 저평가돼 있다. 주가순자산비율(PBR)도 0.86배에 그친다. PBR가 1배 미만이라는 것은 주가가 청산가치를 밑돌고 있다는 뜻이다.
SK텔레콤도 올 들어 주가가 11%나 하락해 PBR가 0.79배까지 떨어져 있다. 공교롭게
증권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무역전쟁 등 외부 변수는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이들 4인방은 이 같은 리스크를 어느 정도 줄였기 때문에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일호 기자 / 정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