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용환 스틱인베스트먼트 회장 단독인터뷰
도용환 스틱인베스트먼트 회장(61·사진)은 "한국 벤처시장에 이런 큰 물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단언했다. 이 같은 통찰은 신속한 '결단'으로 이어졌다. 그 결단이란 다름 아닌 '벤처 독립'이다. 벤처투자 부문을 전격 분리시켜 '제2벤처캐피털(VC) 신화'에 도전하겠다는 얘기다.
IMM과 함께 토종 사모펀드(PEF) 양대 산맥인 스틱인베스트는 16일 벤처투자 부문을 분할해 별도 법인으로 공식 출범시킨다. 신생 법인의 간판은 스틱벤처스로 정해졌다. 도 회장은 15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스틱은 현재 PEF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벤처 투자와 성격이 다르다 보니 벤처에 힘이 안 실리는 부분이 있었다"면서 "그런데 최근 벤처시장에 큰 장이 열리고 있다. 이 흐름은 10년 간다. 그것을 내다보고 벤처 부문을 독립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 벤처시장이 큰 흐름을 타기 시작한 만큼 머지않은 장래에 구글·페이스북·아마존을 꿈꾸는 글로벌 유니콘 기업이 한국에서도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런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데 전력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그에게 이번 결정은 의미가 꽤 깊다. 스틱은 2006년 국내 최초로 VC 운용자산 1조원 시대를 연 주인공이다. 당시 스틱은 VC업계 압도적 1위였다. 이후 PEF 운용사로 몸집을 키우는 과정에서 VC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다 모처럼 벤처시장에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시장에 자금이 넘치고 정부는 벤처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대표적 예가 지난 4월 출범한 코스닥 벤처펀드다. 60여 개 운용사가 출시한 이 펀드는 단숨에 4조원 가까운 자금을 끌어모으며 벤처 투자에 대한 높은 관심을 증명했다.
독립 법인으로 출범하는 스틱벤처스 운용자산은 3268억원으로 VC업계 20위권 수준이다. 1위는 1조5000억원 규모의 한투파트너스다. 그러나 이곳은 종합 투자사다. 순수 VC로만 따지면 1조원 규모가 1위다.
도 회장은 "운용자산을 1조원으로 키워 독립 VC업계 1위에 도전하겠다"면서 "현재 13명인 인력도 30명으로 2배 이상 늘릴 계획"이라고 청사진을 밝혔다. 유망 VC 인수는 올해 안에 가능할 전망이다. 운용자산 1조원 달성은 3년 정도면 충분하다고 도 회장은 설명했다.
스틱벤처스 출범일인 7월 16일도 의미심장하다. 스틱인베스트는 정확히 19년 전인 1999년 7월 16일 VC로 시작했다. 이후 2007년 PEF로 규모를 키워 오늘에 이르렀다. 도 회장은 "19년 전 열정을 되새기고 새로 창업한다는 마인드로 열심히 뛰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도 회장은 "지금 벤처 투자 인력은 주로 상공계와 이공계 출신인데, 음대와 미대 출신도 뽑고 산업계 현장에서 일했던 사람도 적극
16일 출범하는 스틱벤처스는 자본금 200억원으로 출발하며 기존 스틱 산하에서 운용하던 3개 벤처펀드를 승계한다.
[남기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