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들이 금융당국이 고금리 대출을 규제하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일제히 최고 연 20% 미만의 중금리대출 상품을 내놓았다.
16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전국 16개 저축은행이 총 28개 중금리대출 상품을 새롭게 출시한다. 이는 올 들어 금융당국이 강화한 '중금리 기준'에 맞춘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까지 중금리 신용대출 상품 요건을 △평균 금리 18% 이하 △신용등급 4등급 이하 고객에게 70% 이상 판매로 봤다. 그러나 지난달 저축은행업 감독규정 개정안을 통해 기존 내용에 △평균 금리 16.5% 이하 △최고 금리 20% 미만이어야 한다는 내용을 추가하면서 규제를 한층 강화했다.
다만 저축은행 가계대출에 일괄 적용되던 총량 규제에 따라 대출 증가율을 전년 대비 2~7%로 억제해야 한다. 중금리 상품에 한해서는 이 총량 규제 대상에서 제외해 저축은행의 숨통을 틔워줬다. 중금리 상품은 올해 4분기부터 총량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저축은행들이 관련 대출 상품을 늘리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3분기 저축은행중앙회 공시 기준 15개였던 중금리 상품이 지금은 두 배가량으로 늘었다. OK저축은행의 'OK히어로'가 조만간 판매될 예정이고, 웰컴 텐대출·신한 허그론·SBI 사이다 등 각 사 대표 상품도 재정비를 마치고 판매되고 있다.
전반적인 가계신용대출 금리도 하락세다. 월 신규 대출액 100억원 이상인 전국 저축은행 중 지난해 12월 기준 평균 금리가 가장 높았던 OK저축은행(25.86%)과 웰컴저축은행(25.47%)은 올해 6월 각각 22.3%, 20.85%로 평균 금리를 낮췄다. 같은 기간 SBI저축은행은 21.42%에서 20%, 애큐온저축은행은 24.42%에서 21.1%, 유진저축은행은 23.06%에서 21.99%, JT친애저축은행은 20.92%에서 16.47%로 각각 대출금리 다이어트가 한창이다.
당국의 급격한 규제 완화에 대해 업계의 불만도 깊다. 당국의 규제 정책이 저신용자 대출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은 채 '금리 인하'에만 쏠려 있다는 지적이다.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업체는 건전성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차주의 연체 리스크를 높은 이자율을 부과하는 것으로 감당한다"며 "8~9등급 차주는 법정 최고금리인 24%를 적용해왔는데 이젠 이들에 대한 대출 집행이 좀 더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즉 중금리대출이 신용등급 평가 사각지대에 있는 중·저신용자들을 발굴해 금리를 낮춰주는 원래 목적보다 '저신용자부터 탈락'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국은 '대형 업체가 여전히 과다한 이익을 내고 있다'는 입장에서 금리 인하 위주의 규제를 이어갈 방침이다. 이달 중 저축은행의 20% 이상 고금리대출 현황 조사 결과, 대형 저축은행의 순이자마진(N
감독당국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저소득층 대출 때문에 고금리 비중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순이익이 너무 많고 그 대부분을 1인 대주주 배당으로 가져가고 있다"며 "이번 지표 발표가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