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노션은 5만1600원에 거래를 마치며 52주 신저가를 다시 썼다. 지난달 15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오너들은 그룹 내 비주력 광고, 물류, 시스템통합, 부동산 계열사를 팔아라"고 압박한 후 주가는 계속 하향 곡선을 그렸다. 5월 14일 종가가 6만8000원이던 이노션 주가는 김 위원장 발언으로 하루 만에 7.3% 빠졌다.
김 위원장이 매각을 요구한 회사는 '비주력 비상장 회사'에 한정된다고 해명에 나선 후 타 그룹 계열사들의 주가는 회복되고 있지만 이노션의 주가는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심했던 삼성SDS는 반등을 시도해 주가가 김 위원장 발언 전의 91% 수준까지 회복됐지만 이노션은 주가가 아직 22% 빠져 있다.
이노션의 주가가 비주력 계열사 중 가장 낙폭이 큰 이유는 내부 거래의 비중이 높으면서 대주주 비중 역시 다른 계열사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이노션의 매출 중 현대차그룹의 매출은 57%이며 지분은 정성이 고문이 27.99%, 정의선 부회장이 2%를 가지고 있다. 대주주 지분이 없고 삼성전자가 최대주주인 삼성그룹의 광고회사 제일기획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최근 공정위가 상장사의 경우 총수일가 비중이 20%가 넘는 기업에 대해서는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사익편취 규제를 적용하겠다고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예고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확대되기 시작했다. 대주주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지분을 처분하게 되면 오버행(주식 대량매도)에 따라 주가가 추가 하락할 것으로 본 것이다. 여기에 대해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대주주 일가가 주식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전체 주식의 10%를 시장에 바로 내놓진 않고 전략적 투자자에게 일각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증권가는 위축된 투자심리에도 불구하고 이노션 주가가 반등할 여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 이미 현저하게 저평가 상태에 있으며 2분기 실적도 양호하기 때문이다. 이노션의 올해 EV/EBITDA는 2.5배로 제일기획을 비롯한 해외 광고회사들이 8배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노션의 2분기 매출은 3165억원, 영업이익은 303억원으로 예상된다. 매출은 전년 대비 19%, 영업이익은 17% 늘어났다. 3분기 실적 전망 역시 밝다. 현대차그룹의 핵심차종인 G70가 미국에서 출시되면서 북미 신차 마케팅에 다시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홍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달러 강세와 미국 법인의 법인세 인하 혜택 효과로 올해 순이익은 1000억원을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중장기적으로 봐도 이노션 실적은 긍정적이다. 현대차그룹의 신차 사이클이 5년 주기로 반복되는데 내년 새롭게 신차 사이클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내년 쏘나타를 시작으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 (SUV)이나 제네시스SUV 출시가 예정돼 있어 마케팅 확대 수혜가 이노션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