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사 10곳 중 7곳 이상이 지배구조 등급 'B' 이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배구조 개선을 외치는 정부 목소리가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일선 현장에 아직 미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3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국내 기업 772곳(코스피 상장법인 및 금융회사)을 대상으로 기업지배구조 수준(G)을 평가한 결과에 따르면, 무려 560개 기업(72.5%)이 B 이하 등급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유가증권시장 법인 685곳 중 534개 기업(78.0%)이 B 이하로, 대부분 낙제점 수준을 면치 못했다. 반면 금융사들은 B 이하 기업이 전체 금융사(87곳) 중 26곳(29.9%)에 그쳐, 상대적으로 양호한 평가를 받았다.
기업지배구조원은 매년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지배구조 등급은 물론, 환경(E) 및 사회책임(S) 등의 항목을 평가하고 있다. 항목별 평가 등급은 크게 'S' 'A+' 'A' 'B+' 'B' 'C' 'D' 등 7등급으로 나뉘는데, 보통 지배구조 B 등급을 기준으로 지배구조 리스크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특히 KCGS는 올해 처음으로 일반 상장사와는 별개의 지배구조 평가 모형을 금융사 등급 산정에 적용했다. 그 결과 금융사 87곳의 평균 등급은 'B+'였으며, 금융사가 상위 등급에 집중적으로 분포되었던 작년과는 달리, 올해는 금융사의 지배구조 평가등급이 각 등급에 고르게 분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채영 기업지배구조원 분석3팀장은 "작년에 최고등급인 'S' 등급을 받았던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A+'로 변경됐지만, 이는 평가 모형이 바뀜에 따른 결과로 단순히 지배구조 수준이 떨어졌다고 보긴 힘들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오너일가의 갑질 논란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대한항공은 지배구조 등급이 지난해 'B+'에서 올해 'B'로 한 단계 하향 조정됐다. 특히 대한항공은 총수 일가의 전횡 여파로 지난해 사회책임 평가에서 낙제 수준을 받았다. KCGS는 지난해 ESG 등급 수시조정을 통해 대한항공의 지난해 사회책임부문 등급을 기존 'B+'에서 'C'로 두 단계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 지배구조 최상위 등급인 'S'를 받은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이어 'A+' 등급군에는 SK, SK텔레콤, S-Oil, KT
[고민서 기자 / 정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