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약관, 쉬운 글로 적어라"

암호처럼 복잡한 숫자와 수식으로 표기되던 보험금 산정 방법이 앞으로는 '글'로 표기된다. 금융감독원은 "보험 수령액 산정 방법 등 보험과 관련된 핵심 내용은 숫자나 계산식이 아닌 글로 쉽게 써서 보험약관에 명시하도록 보험사들을 지도할 예정"이라고 25일 밝혔다.
반면 가입자가 쉽게 접할 수 있는 '보험약관'에는 '액수는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 방법서에서 정한 바에 따라 계산한 금액으로 한다'는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적혀 있을 뿐 구체적인 산정 방법에 대해 나와 있지 않은 게 대부분이다. 게다가 사업방법서 등에도 복잡한 수식과 숫자로만 산정 방법이 표기돼 있어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금감원의 이번 결정은 즉시연금 가입자 강 모씨가 "매월 지급받는 연금액수가 당초 약속보다 적다"며 삼성생명을 상대로 제기한 분쟁조정 신청과 관련 있다. 삼성생명은 연금을 적게 받았다는 강씨 주장에 대해 "만기 때 10억원을 돌려줘야 하는 상품이라 연금에서 일부 지급재원을 떼고 있으며 이 같은 사실은 '산출방법서'에도 표기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 2월 "삼성생명은 약관에 따라 지급재원을 공제하지 말고 강씨에게 연금을 지급하라"며 강씨 손을 들어줬다. 이뿐만 아니라 동일한 상품에 가입한 5만5000명에게도 미지급액을 돌려주라고 통보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산출방법서 등에 표기한 내용이라도 약관에 없거나 가입자들이 이해할 수 없으면 효력이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26일 이사회를 열어 즉시연금 미지급액 일괄구제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미지급액 규모는 4300억~4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김동은 기자 / 이승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