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즉시연금 미지급금 분쟁 ◆
26일 삼성생명 이사회가 즉시연금 미지급액을 일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비슷한 처지의 한화생명과 교보생명도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업계 1위 삼성생명 사례를 참고 삼아 '버티기'로 나가자니 당국의 매서운 회초리가 걱정되고, 그렇다고 일괄 지급하자니 이사회가 배임 논란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만기환급형 즉시연금을 판매한 한화생명은 당장 다음달 10일까지 입장을 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화생명은 지난 6월 즉시연금 가입자가 민원과 관련해 미지급금을 지급하라는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을 수용하지 않고 의견서 제출 기한을 오는 8월 10일까지 한 차례 연장한 상태다. 한화생명이 판매한 즉시연금 상품은 약 8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즉시연금 판매 3위인 교보생명도 삼성생명의 결정과 감독 당국의 압박 사이에서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삼성생명 이사회 논의를 참고하겠지만 우리 스스로 기준을 정하는 게 중요하다"며 "27일 이사회에서 관련 내용이 핵심 안건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막대한 비용이 따르는 일괄 구제 사안에 대해 이사회가 배임 가능성을 민감하게 따져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험 업계에서는 즉시연금을 둘러싼 분쟁이 2016년 자살보험금 사태처럼 전개될지 예의 주시하고있다. 금융감독원은 2016년 자살은 재해가 아니라는 이유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생명보험사들에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금감원은 당시 주계약서 또는 특약을 통해 피보험자가 자살한 경우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겼음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대해 보험사들은 약관상 실수일 뿐이며 자살은 재해가 아닌 만큼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맞섰다. 대법원까지 가서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인 2년이
생명보험사들은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며 버텼지만 영업정지와 같은 카드를 내세운 금감원의 고강도 압박에 결국 전액 지급하기로 했다.
[박만원 기자 / 이승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