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즉시연금 분쟁` 법정行

◆ 즉시연금 미지급금 분쟁 ◆
삼성생명이 26일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가입자에게 미지급금 4300억원을 일괄 지급하라는 금융감독원의 지시를 사실상 거부했다. 다만 소비자보호 차원에서 월 수령액이 최저보증이율(연 2.5%) 예시액에 못 미친 가입자에 대해선 차액을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총지급액은 전체의 10분의 1에 못 미칠 전망이다. 삼성생명 이사회는 이날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 지급안을 논의한 뒤 "해당 사안은 법적인 쟁점이 크고 지급할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이사회가 결정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법원의 판단에 따라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게 타당하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 가입자 5만5000여 명을 비롯해 보험업계 전체 16만여 명의 즉시연금 가입자에 대한 미지급금 지급 여부가 법정공방을 통해 가려지게 됐다. 업계에선 미지급금 규모가 8000억~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즉시연금이란 가입자가 보험료 전액을 한 번에 납입하고 매달 연금을 받는 상품이다. 문제가 된 만기환급형은 만기에 다시 일시납 보험료 전액을 돌려받는 구조다. 그런데 지난해 한 가입자가 삼성생명을 상대로 가입 당시 사업비 공제 부분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실수령액이 예시액보다 적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이 상품을 판매하는 보험사들은 대개 보험료에서 사업비만큼 떼고 매달 연금을 지급했는데 이를 문제 삼은 것이다. 금감원은 가입자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11월 사업비 충당용으로 뗀 미지급금을 지급하라고 삼성생명에 요구했다. 이어 지난 4월에는 모든 생보사에 즉시연금 관련 미지급금을 일괄 지급하라고 지시했지만, 삼성생명이 이를 거부한 모양새가 됐다.
[박만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