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확정 ◆
국민연금이 국내 증시에 투자하고 있는 자금이 135조원, 전체 증시의 7%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절차상 일부 차이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모든 상장사가 경영권 위협에 노출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0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결정하면서 재계가 우려하는 '경영 참여' 주주권 행사 논란을 이같이 정리했다. 이날 의결된 도입 방안에 따르면 경영 참여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 등 제반 여건이 구비된 후에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되, 그 전이라도 기금운용위가 의결한 경우에는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26일 열린 회의가 경영 참여를 요구하는 노동계와 시민단체 위원들의 목소리가 커지며 무산되자 관계 당국이 한발 물러선 셈이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횡령과 배임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오너 일가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 등 민감한 사안에는 기권하거나 중립 의사를 밝히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경영 참여' 가능성을 열어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확정하면서 앞으로 상황이 달라질 공산이 커졌다. 이번 결정으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의 의결만 거치면 일감 몰아주기 같은 부당 지원 행위나 오너 일가의 갑질 행위 등에 대해 국민연금이 직접적인 칼을 휘두를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만 300개, 그중에서도 1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기업은 99개사에 달한다. 이 중에는 삼성전자(9.90%)와 SK하이닉스(10.00%), 현대차(8.18%), 포스코(10.82%), LG화학(8.72%) 등 국내 대형 상장사가 두루 포함된다.
이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자본시장법 개정이) 사회 제반 여건을 봐야 해서 급속하게 이뤄지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도 "5% 룰을 포괄적으로 배제하는 방법과 몇몇 기금에 한정해 배제하는 방법이 있을 것 같다. 논의가 다양하게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로 확대 개편되는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는 국민연금의 의결권과 주주권 행사, 책임투자 관련 주요 사항에 대한 권한을 대폭 이양받으며 활동 반경을 넓히게 됐다. 주주권 행사 분과와 책임투자 분과 등 2개 분과 총 14인으로 구성되는 이 위원회는 재계와 노동계 등 각계 가입자 대표가 추천한 민간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된다. 기존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가 자문 기구에 머물렀다면 이 위원회는 국민연금의 주주 활동의 전반을 점검한다.
↑ 30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6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맨 오른쪽)이 입을 굳게 닫은 채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 = 연합뉴스] |
다만 재계가 우려를 표했던 사전 의결권 행사 방향 공개에 대해서는 초안보다 수위가 대폭 낮아졌다. 당초에는 국민연금의 모든 의결권 행사에 대해 사전 공시하겠다는 방침이었지만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수탁자책임전문위가 내용과 방법, 범위를 결정하기로 했다. 큰손인 국민연금이 사전 의결권 행사를 공표할 경우 소액 주주들과 다른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여론몰이'를 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수용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날 국민연금은 기금수익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는 기업에 대해
[유준호 기자 / 정우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