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7년 만에 '최저주거기준'을 대폭 개정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방 개수·전용면적 등 '정량적 요소'에 초점을 맞춘 현재 기준에 일조량이나 층간소음처럼 삶의 질과 직결된 '환경 요소'를 구체화해 주거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첫 시도다. 셰어하우스(공유주택)를 비롯해 새롭게 나타난 주택 형태에 맞는 최저주거기준을 만드는 방안도 추진된다.
30일 국토교통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저주거기준을 기존 주거 면적뿐만 아니라 소음·채광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재정립하는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최저주거기준은 주택의 면적이나 방 개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주거 조건'을 정해놓은 것이다.
2006년 도입한 최저주거기준은 2011년 한 차례 개정한 후 당시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 주택법 5조에 근거하고 있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가구에 대해 우선적으로 주택을 공급하거나 국민주택기금 등을 지원하도록 돼 있다. 국토부가 매년 실시하는 '주거실태조사'에 반드시 포함하는 항목이기도 하다. 정부가 최저주거기준을 대폭 개정하기로 한 이유는 현재 기준이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최저주거기준은 주거·환경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 외국과 비교해 '엉성한' 측면이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국토부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 기준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면적, 채광, 환기, 난방, 전기, 화재 시 비상구까지 무려 32개 항목에 대한 최저주거기준을 설정하고 있고, 영국도 습도, 자연채광, 환기, 과밀, 쾌적성 등을 따진 뒤 기준 미달 주택은 지방자치단체에 고발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국내 '최저주거기준'은 주로 면적 부분만 구체화한 모습이다. 가령 가구원 수가 3명인 경우엔 '방 2개와 부엌 1개, 전용면적 36㎡ 이상'으로, 4명은 '방 3개와 부엌 1개, 전용면적 43㎡ 이상'으로 규정지었다.
하지만 구조·성능 등 환경 요소는 매우 추상적이다. 이 부분에 대한 현행 기준은 '적절한 방음·환기·채광 및 난방설비를 갖추어야 한다' '소음·진동·악취 및 대기오염 등 환경 요소가 법정 기준에 적합하여야 한다' 등 두루뭉술하다.
정부는 이 같은 기준을 '하루 몇 시간 이상 햇볕이 들고, 층간소음이 일정 데시벨(㏈) 이하여야 한다'는 식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실 층간소음과 일조량 등에 관한 규정은 건축법 등 제각각 다른 법령에 들어가 있다"며 "따로 떨어진 규정들을 최저주거기준에 포괄적으로 어떻게 녹여 넣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에 '직접 충격소음'은 주간에 최대 57㏈, 야간에 52㏈ 이하로 만들었는데 이 규정을 일정 부분 바꿔 최저주거기준으로 끌어오겠다는 뜻이다.
이런 최저주거기준 개편은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의 신념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저서 '부동산은 끝났다'에서 "일본은 1인당 거주 면적, 방수, 부엌 등뿐 아니라 구조안전성 등 여러 면을 따져서 최저기준을 정하고 그 미달 가구를 줄이려 한다"고 적었다. 이어 그는 "최저 수준을 벗어나는 목표가 아니라 더 나은 수준에 도달하기 위한 기준을 정하고 과제로 삼고 있어 참고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2010년 10.6% 이후 2016년 5.4%까지 감소했던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비율이 새 정부 출범 이
셰어하우스(공유주택)나 고시원·쪽방 등 비주택에 대한 별도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국내 최저주거기준은 가구를 '가족' 단위로 맞춰 새로운 주택 형태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