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블룸버그·NH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날 MSCI 한국지수의 12개월 선행 PBR는 0.9배를 기록했다. PBR가 1배에 못 미친다는 것은 지수가 회계상 장부가치조차 반영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같은 날 MSCI 전 세계지수·MSCI 신흥국지수 PBR는 각각 2.11배, 1.41배를 기록했다. MSCI 국가지수를 기준으로 미국 PBR가 3.12배로 가장 높았고 호주(1.94배) 영국(1.68배) 독일(1.52배) 일본(1.20배) 홍콩(1.15배) 등도 PBR 1배 이상으로 집계됐다. 신흥국 가운데는 인도(2.79배) 인도네시아(2.18배) 태국(1.87배) 대만(1.72배) 중국(1.44배) 등이 한국보다 PBR가 높았다.
오태동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PBR 0.9배는 2008년 금융위기, 2015~2016년 글로벌 공급과잉에 따른 신흥국 위기론이 팽배했던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최근 주식시장은 실물경기 위축을 선반영한 수준까지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난 16일 코스피가 장중 PBR 0.9배 아래로 떨어지며 하방 지지선에서 이탈했다"며 "현재 한국 주식시장은 실제보다 과도한 공포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지난 10년간 코스피는 대내외 변수에 크게 요동쳤지만 지수가 PBR 0.9배 아래로 떨어진 적은 많지 않았다. 2008년과 2015~2016년 두 차례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미·중 무역전쟁 우려와 기업이익 전망치 하향, 반도체 업황 논란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최근 코스피가 과도하게 떨어진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올해 글로벌 주식시장과 수익률을 비교해 보면 한국 주식시장 부진이 더욱 두드러진다.
올해 들어 지난 15일까지 전 세계 54개국 MSCI 지수 수익률을 살펴보면 쿠웨이트(13.5%) 카타르(13.0%) 사우디아라비아(12.1%) 등 환율 변동성이 낮은 친미 성향의 원유 생산국이 높은 성과를 냈다. 이들 국가는 고정환율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달러화 대비 자국 통화의 가치 절하가 없다는 특징이 있다. 반면 터키(-52.2%) 아르헨티나(-48.0%) 남아프리카공화국(-25.7%) 칠레(-14.4%) 등 환율 변동성이 높고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한 원유 수입국은 수익률이 저조했다. 이 가운데 한국은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내고 외환보유액 또한 4000억달러를 넘겼지만 올해 들어 지수가 14.3% 급락했다. 이는 오만(-13.3%) 칠레(-14.4%) 파키스탄(-15.1%)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금융위기 우려를 낳고 있는 터키 주식시장 PBR가 0.9배인데, 밸류에이션 관점에서 한국이 터키와 같은 평가를 받을 이유가 없다"며 "미래의 약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센티멘털(심리) 요인에 의해 주식시장이 흔들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17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6.25포인트(0.28%) 상승한 2247.0
[박윤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