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초 한국감정원에 공시가격 인상을 요구했던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6·7단지. [이승환 기자] |
22일 매일경제신문사가 최근 6년간 한국감정원이 매년 발표한 서울 아파트 가격 변동률과 공동주택 공시가격 변동률을 비교한 결과,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정부가 고가 단독주택과 아파트의 '공시가격 현실화'에 본격 나선 최근 2년 동안엔 공시가격 변동률이 매매가격 변동률보다 크게 나타나기도 했다. 그 결과,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한 해 평균 1.37% 오르는 동안 공시가격은 3.29% 상승했다.
물론 두 수치는 조사 대상 규모 차이 때문에 '그대로' 비교하긴 어렵다. 감정원이 내놓는 아파트 가격 변동률은 아파트 약 2만개가 '샘플'이지만, 공시가격은 전국 모든 아파트가 대상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공시가격의 적정성은 집값이 급등락하거나 소규모의 '비정상 거래'가 생겼을 때 공시가격에 얼마나 반영할지에 따라 의견이 달라진다.
실제로 고가 아파트가 1년에 거래되는 건수는 적은 편이다. 한남더힐 전용 243.64㎡는 지난해 모두 2건 거래됐다.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99㎡는 작년에 모두 5건 매매됐다.
올해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총 4424가구인 은마아파트는 올해 최근까지 77건의 거래만 이뤄졌다. 거래 비중이 1.7%다. 개포5단지는 총 940가구 중 12가구가 거래돼 1.3%에 불과하다.
그간 감정원은 매년 초 기준 공시가격을 산정하면서 시가 변동률을 그대로 반영하지 않고 미세 조정을 거쳐왔다. 급격하게 집값이 오르거나 내린 지역은 공시지가 상승폭을 시가 변동률보다 작게 가져간 다음 2~3년에 걸쳐 반영하는 식이다. 세금 등 61개 행정 목적을 위해 사용되는 공시가격이 매년 널뛰기하듯 움직이지 않도록 안정성을 기하기 위해서다.
이렇다 보니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급격하게 아파트 값이 오른 서울 강남과 용산 등의 공시지가 상승률은 시세에 미치지 못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시세를 공시지가에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발언은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셈이다.
정부는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국토부는 최근 서울시와 함께 공시가격 인상 시뮬레이션을 시작했다. 주택 공시가격을 매기는 주무 기관인 감정원도 내년 공시가격 상승률을 시가상승률에 맞춰 일률적으로 반영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2019년 아파트 공시가격을 시가의 70% 선에 맞춘다는 게 감정원의 1차 목표다.
아파트에 비해 훨씬 낮은 단독주택 공시가격도 이른 시간 안에 올릴 것으로 보인다. 감정원은 현재 50% 수준인 단독주택 공시가격을 시가의 70% 수준인 아파트 공시가격과 단계적으로 맞춰간다는 계획이었지만, 이번 공시가격 현실화 방향에 맞춰 속도를 한층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감정원 관계자는 "가격이 많이 오른 지역은 공시가를 책정할 때 충분히 반영하겠다"며 "대신 집값이 많이 떨어진 지방은 하락 요인을 고려해 균형을 맞추겠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공시가격을 조정하는 이유를 공개하는 외국 사례에서 해답을 찾으라는 조언도 나온다. 미국도 주택이나 토지 재산가치를 계산할 때 철저히 '시장가격'에 근거한다. 하지만 주정부가 주택경기나 세수 부담 등을 고려해 '과세평가 적용률(Assessment ratio)'로 미세 조정한 후
독일이나 일본도 공시가격을 계산하는 권한은 정부가 갖지만 매년 가격정보 수집부터 산정 방식에 이르는 사항을 보고서를 발간해 발표하도록 돼 있다.
[손동우 기자 / 전범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