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헬로·SKB 인수 2파전
2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수에서 KT가 스카이라이프를 포함해 957만9081명(30.54%)으로 1위다. CJ헬로는 410만8644명(13.1%)으로 SK브로드밴드 428만3228명(13.65%)에 근소하게 뒤진 3위다. 뒤이어 LG유플러스가 가입자 341만5855명(10.89%)을 확보하고 있다.
케이블업계 3위인 딜라이브 가입자 수는 205만538명(6.54%)이다. CJ헬로가 딜라이브를 인수하면 가입자는 600만명에 이르고 점유율은 19.64%에 달해 KT를 10%포인트 차이로 추격할 수 있게 된다.
CJ헬로는 점유율에서 케이블업계 1위지만 인터넷(IP)TV와 경쟁하는 유료방송 시장에선 KT, SK브로드밴드에 이어 3위에 그치고 있다. 케이블업계 3위인 딜라이브를 인수하면 케이블업계 1위를 굳히는 것은 물론 유료방송 전체에서도 위성방송을 보유한 KT를 제외한 다른 경쟁사들을 제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LG유플러스에 CJ헬로를 매각하려던 CJ그룹이 돌연 방향을 바꿔 케이블TV업계에서 덩치를 키우려는 것은 통신사와 케이블TV 간 인수·합병(M&A) 경쟁에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케이블TV업계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반으로 향후 IPTV에 대항할 수 있을 만큼 몸집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CJ헬로 관계자는 "딜라이브는 매도자의 매각 의지가 강하고 가격 면에서 가장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CJ헬로는 딜라이브 인수로 확보한 가입자를 기반으로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사업 포트폴리오를 한층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CJ헬로는 늘어난 가입자를 기반으로 현재 매출 비중이 극히 미미한 OTT(인터넷TV서비스) 사업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특히 CJ그룹은 CJ헬로뿐 아니라 CJ ENM을 보유하고 있는 까닭에 방송 송출(SO)과 콘텐츠 공급(PP) 기업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커다란 장점이다. 딜라이브 역시 같은 전략으로 콘텐츠 기업 IHQ를 보유하고 있다. 사드 여파로 IHQ 몸값이 주춤하긴 했지만 방송 송출을 위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딜라이브가 몸값을 높이기 위해 보유한 마지막 '보루'라는 것이 업계 평가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CJ헬로가 결국 몸값 높이기를 통해 LG유플러스와 매각 협상에 다시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양측은 3000억원이 넘는 가격 차이를 보이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케이블TV업계는 10개사가 난립하고 있는 데다 성장도 정체 상태여서 사실상 고사 위기다. IPTV와 경쟁이 무의미할 만큼 IPTV의 성장세가 가파른 상황에서 CJ가 CJ헬로 매각을 포기하긴 어렵다는 시각이다. 특히 업계에선 CJ헬로가 수도권 비중이 높은 딜라이브의 가입자를 확보함으로써 몸값을 불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CJ헬로는 서울 양천구와 은평구에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반면 딜라이브는 강남과 서초구는 물론 노원구·성북구 등 15개구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 역시 밀릴 수 없는 처지다. CJ헬로가 회사 매각과 딜라이브 인수라는 두 가지 옵션을 갖고 업계 판도 재편을 꾀하고 있는 상황에서 M&A 경쟁에서 밀릴 경우 위기에 처한다.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실사 작업을 진행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다시 전환돼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에 성공하면 SK브로드밴드는 시장 2위 지위를 잃고 1·2위에 한참 뒤지는 3위 자리로 밀린다. IB업계 관계자는 "미국 유료방송 업계의 경우 시장 재편 과정에서 점유율이 낮은 기업이 자연스레 도태된 바 있다"며 "국내 시장서도 주도권을 잃을 경우 회사 존립 기반이 위태로워질 개연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결국 CJ헬로가 향후 시장 개편 열쇠를 쥔 까닭에 SK브로드밴드 역시 딜라이브 인수전에 총력을 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딜라이브 매각 최종 관전포인트는 거래가격 협상이다. 딜라이브 대주주인 채권단은 인수금융 출자전환 과정에서 1조8000억원에 달하는 원금을 투자한 상황이다. 이는 케이블TV 1위 CJ헬로 시가총액 6234억원 대비 3배 가
[한우람 기자 / 임성현 기자 / 고민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