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텔레콤은 7월 이후 이날까지 주가가 13.2% 올랐다. 7월 초 당시 23만원 언저리에 불과했던 SK텔레콤 주가는 현재 26만원 선을 넘나들고 있다. 지난 16일엔 장중 26만5500원까지 오르는 등 최근 3개월래 최고치를 나타내기도 했다. 지난 3개월 동안 장중 최고·최저치 기준 SK텔레콤 주가는 20.1% 올랐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경우 매수 움직임이 더욱 두드러졌다. 외인들은 이달 들어서만 SK텔레콤을 약 1700억원어치나 사들였다. 8월 이후 현재까지 외인들이 매도를 한 때는 지난 10일(27억원 순매도) 단 하루뿐이다. 7월 이후로도 외인들은 약 2200억원 넘게 사들이며 매수 우위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5~6월을 기점으로 SK텔레콤이 브이(V)자 반등 곡선을 나타내고 있는 배경에는 중간지주사 전환을 골자로 한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이 있다"며 "무엇보다 외인들은 이 같은 분위기를 기회 삼아 SK텔레콤의 중장기 성장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실적 정체로 인해 그간 빠졌던 주가가 오히려 저평가 기대감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텔레콤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36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매출액(4조2525억원) 역시 4.3% 감소할 것이란 관측이다. 연간 영업이익의 경우 지난해 1조5366억원에서 올해 1조3931억원으로 9.3%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 수준) 측면에선 올해 예상 실적 기준 SK텔레콤의 주가수익비율(PER)이 6.93배에 불과하다. 예상 주가순자산비율(PBR) 역시 0.86배 수준이다.
한 대형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향후 SK텔레콤의 주가 방향성을 예상해보자면 단기 실적 개선 가능성보다 중간지주사 전환 속도와 세부 계획 등에 따라 좌지우지될 것"이라며 "이는 곧 정보통신기술(ICT) 사업자로서의 체질 개선으로도 이어지는 부분이기 때문에 결국 중장기 실적 반등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 작업 과정에서 주요 자회사들의 가치가 재부각될 수 있고, 그만큼 SK텔레콤의 기업 가치 상승에 플러스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현재 자문사를 통해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설립을 골자로 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 일단 SK텔레콤을 존속 사업회사와 신설 투자회사(중간지주사)로 쪼개고, 이 과정에서 SK하이닉스를 SK의 자회사로 전환하는 안이 거론된다. 현재 SK하이닉스는 SK텔레콤이 지분 20.1%를 보유하고 있다. 즉 SK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가 자회사로 구조가 변경되는 시나리오다.
업계 관계자는 "큰 그림에선 인적분할보다 물적분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며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라 SK텔레콤이 SK하이닉스 지분율을 3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선 자사주 일부를 SK에 매각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관련 개정법상 지주사들은 향후 자회사 지분 의무소유비율(상장 20%, 비상장 40%)을 상장 30%, 비상장 50%로 높여야만 한다.
이로 인해 SK텔레콤의
업계 관계자는 "이 과정에서 SK그룹 내 ICT 계열사(SK브로드밴드, SK플래닛 등)들의 기업공개(IPO)도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고민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