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주택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 ◆
지난해 12월 임대사업등록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 혜택 방침이 나온 이후 신규 주택을 사들인 뒤 8년간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장기투자에 나서는 부유층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이 매입했거나 기존에 등록된 임대사업 주택은 8년간 매매할 수 없기 때문에 시장에서 매물이 사라진 효과를 가져오고 이는 최근 집값 상승의 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여기에다 지지층과 정치권에서 '부자 감세'라는 비판을 제기하자 '정책 돌변'이라는 비난을 감수하고 세제 혜택 축소에 나선 것이다.
임대사업등록 혜택을 축소하면 다주택자의 주택 사재기가 줄어들고, 매물 잠김 효과도 완화되며 당장 집값 안정에 일정 부분 기여할 전망이다. 하지만 잇따른 뒤집기로 부동산정책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특히 임대주택을 늘려 주거 안정과 집값 잡기를 도모하겠다는 문재인정부 주택정책의 큰 틀에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중장기적으로 주택 시장 안정에 저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당초 다주택자 임대등록 유도는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 '총괄책임자'인 김수현 사회수석의 지론과 맥을 같이했다. 김 수석은 저서 '꿈의 주택정책을 찾아서'와 '부동산은 끝났다' 등에서 집값 안정과 조세정의 차원에서 보유세 등 부유층의 부동산 과세를 늘리는 한편, 다주택자들을 '정식 임대 시장'으로 들어오게 만들고 독일처럼 임대료 상한제 등을 통해 국가가 관리·통제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렇게 되면 임차인도 저렴한 주거비의 안정적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어 주택 소유 의지가 약화하고 결국 집값 안정으로 이어진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해 12월 발표된 '다주택자 임대등록 활성화 대책'은 상당한 효과를 봤다. 작년만 해도 월평균 3000명이었던 임대사업등록자 수가 올해 1만1552명으로 급증했다. 올 들어 지난 7월 말까지 8만819명이 등록했다. 양도세 중과를 앞둔 3월 한 달 사이에만 무려 3만5006명이 등록하기도 했다. 지난달 기준 임대등록사업자는 약 33만6000명으로 이들이 등록한 임대주택은 총 117만6000여 가구이다.
그러나 7월 이후 서울 집값이 다시 불붙으면서 새로운 문제가 불거졌다. 다주택자들이 세 혜택을 100% 보려면 8년간 임대료 통제를 받는 준공공임대로 등록해야 하는데, 등록된 임대주택 수만큼 거래 가능한 매물이 사라진 것이다. 반면 '세제 혜택'을 노리고 주택을 사모으는 사람도 많아졌다. 수요는 줄지 않고, 공급만 떨어뜨린 결과를 가져온 셈이다. 김 장관도 "부동산 투자 카페 등에서 세금 혜택을 보고 '갭투자'하는 현상이 되레 늘어나고 있다"고 문제점을 인정했다. 현 정부 지지층인 진보학자들도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정부 혜택 축소 대상은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부문이 유력하다.
'임대등록 활성화 대책'에는 8년 준공공임대주택을 등록하는 사람에게 여러 세제 혜택을 주는 내용이 담겼다.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양도세 중과 대상에서 배제하고, 종합부동산세 합산 대상에서도 빼줬다. 올해 4월부터 시작한 양도세 중과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줬던 셈이다. 이 밖에 임대소득세와 건강보험료는 내년 소득분부터 연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도 정상과세되지만,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큰 폭의 '감면 효과'를 보게 했다. 내년부터 양도세 장기보유 특별공제율 혜택이 50%에서 70%까지 확대됐다.
세무회계법인 관계자는 "평생 보유할 임대용 주택이 아닌 일반주택을 샀다면 결국 최종 투자수익을 좌우하는 것은 양도세와 매년 가장 큰 부담인 종부세"라며 "역으로 정치권과 현 정부의 지지층은 이런 혜택이 너무 과도하다고 비판하고 있어 주 타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혜택이 축소되더라도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올해 임대등록자들에 대해서는 세 혜택 축소를 소급적용하지 않는다"며 "또 세 혜택 축소를 위해선 소득세법 등 법 개정 필요 사항이 많아 국회 논의 등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주택정책에 대한 불신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지지층 이탈을 걱정하는 당·정·청이 '세금 폭탄'만 늘리고 공급대책은 도외시할 가능성도 있
[이지용 기자 / 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