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집값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해 수도권에 주택 총 36만가구 공급을 검토하고 있는 신규 택지들 특징은 과천 등 준강남급 미니신도시를 포함한 서울 수요 대체지라는 점이다. 이 중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현지조사에 착수하면서 개략적인 입지가 알려지거나 추정되고 있는 곳은 과천 지하철 4호선 선바위역 일대인 주암지구와 의왕 월곶판교선 청계역 주변, 안산은 반월역 인근·본오동 등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대부분 지역이 준강남권으로 평가될 수 있지만 시흥·의정부 등은 강남 접근성보다 공급 편의성을 더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산 2곳 주택 수가 1만6700가구로 가장 크다. 과천이 7100가구로 뒤를 잇는다. 광명이 4900가구로 세 번째로 크다.
수도권 주변에서 가격이 급등하는 투기과열지구를 중심으로 저렴한 공공주택을 집중적으로 공급해 가격을 안정화시키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과거 이명박 정부 때 강남·서초보금자리 주택에서 수천 가구 규모를 제외하고 광명·시흥 등에 몇 만 가구씩 집중적으로 넣었으나 주민 반발로 사업 추진에 진통이 많았다"며 "지역별로 소규모로 물량을 분산시켜 최대한 사업을 원활히 추진하려고 한 의지가 보인다"고 말했다.
안산과 과천을 제외하고는 1000~5000가구 규모로 아파트 1~2개 단지 규모다. 대부분 지역이 기존 택지지구 주변에 위치해 있어 공급 규모를 '확' 늘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도 지난 3일 "대규모 단지를 조성하는 방식이 아니라 생활 근접성이 높은 지역에 소규모로 여러 곳에 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현재 불붙고 있는 서울·수도권 집값을 잠재울 수 있느냐다. 이들 주택이 분양이 이뤄지기까지는 일러야 1년 이상, 입주 때까지는 최소 3~4년 걸린다. 정부 계획은 내년 공급물량이 많지 않은 광명·시흥·의정부·성남·의왕 등에 대해 우선 지방자치단체와 협의를 완료해 3월까지는 지구 지정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아무리 일러도 내년 말은 돼야 공급이 가능하다.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 사전 청약 때처럼 실제 분양 이전에 사전 예약을 받아 시장 수요를 미리 흡수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많은 부작용으로 정부는 사전 예약에 대해 부정적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보금자리 사전 예약은 7~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직 본청약을 실시하지 못해 많은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며 "아무리 급해도 부작용이 많은 정책을 반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토부와 LH는 경기도에 13개 입지를 발표한 바 있다. 의왕 월암, 군포 대야미, 부천 원종, 부천 괴안, 구리 갈매, 남양주 진접2, 성남 복정, 성남 금토, 김포 고촌2 등 10개 지구 479만1000㎡에 3만9901가구를 공급하기 위한 지구 지정은 이미 완료됐다.
주민공람이 완료된 화성 어천, 성남 서현, 시흥 거모 등 3개 지구 250만2000㎡는 지구 지정을 앞두고 있다. 신규 지정을 추진 중인 8곳까지 합하면 경기도에 추진되는 신규 공공택지는 총 21곳으로 1272만3000㎡에 9만6223가구가 공급된다.
실제 추진까지는 적잖은 난항이 예상된다. 이달 들어 과천 주암동 일대는 공공주택 추가 건립 소문이 확산되자 지역 정치권과 주민 반발이 커지고 있다. 여당인 신창현 의원이 돌연 사업 후보지를 정부가 발표하기 전에 공개해버린 것도 협의 없이 사업이 발표됐을 때 민심 이반이 작지 않을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후보지로 거론되는 과천 주암지구 일대에는 이미 5700여 가구의 행복주택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등 건립계획이 확정돼 지구계획까지 승인된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검토 중인 후보지와 주암지구가 별도 계획이냐'는 질문에 "어디까지나 검토 대상일 뿐이며 주암지구와 별도 계획인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과천시의회는 '과천시에 대한 대테러 행위'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시의회는 지식정보타운과 뉴스테이 개발 사업에 이어 또다시 과천시에 임대주택 공급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과천시를 베드타운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과천시민과 함께 이 사업을 전면 백지화시켜 나갈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정부가 과천 지식정보타운 보금자리주택지구 주택 물량을 당초 9600가구로 발표했지만 과천시와 시민들이 대대적으로 반발하면서 4800가구로 급히 축소된 바
당시 주민들은 과천시장 소환 운동까지 벌여 지정 철회를 요구하며 정부를 압박했다. 신 의원은 "과천은 남태령과 양재대로 교통이 포화 상태라 '선교통, 후개발'이 필요하다"며 "업무 및 IT 기업, 상업시설 등 자족시설, 문화시설 등 강남 기능 일부를 이전하는 자족시설 중심으로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용 기자 / 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