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히지 않는 서울 집값 ◆
↑ 지난달 3.3㎡당 평균 2957만원에 거래돼 3000만원 돌파를 눈앞에 둔 위례신도시 모습. [김호영 기자] |
박 시장이 지난달 19일 강북구 삼양동에서 한 달간 옥탑방 살이를 마치고 나오면서 밝힌 '빈집재생'을 통한 청년·신혼부부 주택공급 확대 프로젝트가 출발부터 제동이 걸렸다. 사업을 하려면 빈집을 사들여야 하는데 계획 발표 이후 빈집 매물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여의도·용산 통합 개발 등 대규모 개발계획뿐만 아니라 재개발 추진이나 지역주택조합 설립, 셰어하우스 등 다세대·다가구 건립, 빈집재생까지 서울 안에서 개발 소리만 나오면 호가가 폭등하고 매물이 사라지는 양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이르면 이번주 집값 안정을 위한 부동산 종합대책을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전방위적으로 뛰어오르는 서울·수도권 주요 지역 집값을 과연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0일 서울시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달 말 시 재생정책과장을 태스크포스(TF) 팀장으로 해 총 8명으로 구성된 '부동산(빈집) 매입 전담 TF'를 만들어 가동을 시작했지만 아직까지 한 건도 매입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3주 전 서울시의 빈집재생 정책 발표 이후 빈집 매물이 시장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원래 삼양동에 17개의 빈집 매물이 있어 매입을 검토하고 있었는데 빈집재생 계획을 발표한 이후 갑자기 매물이 사라져버렸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지난달 빈집재생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내년까지 400가구, 2022년까지 총 1000가구를 사들여 재생을 통해 청년·신혼부부 대상 임대주택 4000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이를 위해 빈집이 많은 성북구와 동대문구의 실태조사가 지난달 가장 먼저 마무리됐고, 나머지 23개 자치구도 다음달 말까지 일정으로 실태조사를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서울시의 빈집재생을 통한 주택공급 계획이 매입 과정상 어려움을 차치하더라도 집값을 안정화시킬 대책으로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정책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박 시장이 빈집 매입과 경전철 조기 착공 등 낙후된 강북 지역을 중점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이후 강북 주택 시장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서울시가 매입을 검토했던 삼양동의 빈집 상당수는 한 달 사이 호가가 거의 두 배로 올랐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삼양동 지역 아파트 평균 시세도 지난 6월 말 기준 3.3㎡당 1432만원에서 이달 초 1557만원으로 불과 한 달 반 사이에 8.7% 올랐다.
재개발 예정 지역의 상승세는 더욱 가파르다. 미아3구역의 경우 7월 이후 대지면적 66㎡ 규모 소형 단독주택도 6000만~7000만원 올라 최소 3억~4억원은 있어야 매수가 가능하다.
미아재정비촉진구역 주변의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한두 달 새 재개발이나 재생이 가능한 사업지의 옥탑방까지 투자가 가능한 매물은 씨가 말랐다"고 전했다. 소규모 주택 정비를 통해 연립주택이나 셰어하우스 등을 공급하기 위한 사업도 개발 계획만 알려지면 시세가 30~50% 폭등해 사업이 지체되거나 아예 무산되는 일이 적지 않다.
사모펀드 자금으로 부동산 개발·임대업을 하고 있는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최근 셰어하우스를 짓기 위해 알아봤던 광진구의 한 지역은 올 상반기 시세가 3.3㎡ 4000만원 정도였는데 개발 소문이 알려지면서 토지 등 소유자들이 일제히 6000만원 이상을 요구해 사업계획을 접었다"고 말했다.
백광제 교보증권 건설 담당 연구원은 "정부가 어떤 종합대책을 내놓을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현재와 같은 도심 규제, 외곽지 공급 확대와 같은 정책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수급 불균형 고착화로 인해 서울과 비서울 사이의 양극화만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